“위기라고 연구개발(R&D) 투자를 접으면, 그 다음 오는 기회도 놓친다.”
기업들이 총체적 위기 속에도 공격적인 R&D 투자에 나선다.
정부도 기업들의 잠재된 R&D 투자를 수면 위로 끌어내고, 중단기 실물 산업의 성과로 이어지도록 총력 지원체제를 가동키로 했다.
26일 민관 합동으로 열린 ‘R&D 투자촉진 라운드테이블’에서 삼성전자, 포스코 등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은 현재의 글로벌 경기침체를 미래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회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R&D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조병덕 삼성전자 부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경쟁 상대국 기업들에는 처음 겪는 초유의 사태지만, 10년 전 IMF 외환위기 극복 경험을 가진 우리 기업들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문덕 한국전력 부사장도 “선진국 경쟁기업들이 대규모 감원, R&D 투자계획 취소 등으로 주춤거릴 때 그들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고, 후발 개도국과는 경쟁력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표참조>
이날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올해 R&D 투자계획은 작년보다 2% 늘어난 27조6000억원에 달했다. 연구인력 채용 규모도 급격한 일자리 감소 추세와는 정반대로 1만9000명이나 순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 기업 60∼80%가 올해 경영환경이 전년 대비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것과 견주면 굉장히 공격적인 투자규모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공황 상태에 가까운 전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6년 이후 계속해서 R&D 투자액을 늘리는 거의 유일한 국가로 기록되게 됐다.
기업들의 이 같은 선제적 투자의지에 정부도 화답하고 나섰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다른 비용을 절감해서라도 핵심분야에 대한 R&D 투자를 늘리는 이른바 ‘컷 투 인베스트 원(Cut 2 Invest 1, 두개를 절감하더라도 R&D 하나에는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한발 앞선 R&D투자가 두발 앞선 기술강국을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금까지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국책 R&D가 지나치게 첨단부문에 치우쳐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하는 핵심 원천기술에 소홀했다고 평가하면서, 신사업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선도적 R&D투자를 약속했다.
이 장관은 “미래 유망성은 있으나, 투자 위험성과 비용 부담으로 기업들이 애로를 겪는 신산업분야에 정부가 우선적으로 R&D하는 노력을 펼칠 것”이라며 “저탄소 녹색성장, 신재생에너지, 차세대 네트워크 등에 중점적으로 투자해나갈 방침”이라고 역설했다.
배석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재단,한국산업단지공단 등 지원 기관장들도 한목소리로 민간 기업의 R&D 투자 의욕을 높이사면서, 계획이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기업 R&D 현황과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