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리니지’ 이용자와 엔씨소프트 간 집단분쟁 조정 절차가 시작된 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1100여건의 신청이 접수됐다. 이 분쟁은 엔씨소프트가 자동사냥 프로그램(이하 오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부당하게 계정 이용이 정지됐다며 이용 정지 해제와 위자료를 요구해 발생했다. 엔씨소프트와 게임 사용자는 모두 불법 프로그램인 오토의 피해자다. 어처구니없게도 이런 문제를 야기한 오토 제작·배포 업체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피해자끼리 싸우는 형국이다.
◇오토 제작·배포업체를 잡아라=게임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오토 사용자의 계정을 정지하거나 압류하고 있다. 사용자 계정 정지는 오토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다. 근본 해결책은 오토 제작·배포를 막는 것이다. 게임사는 물론 인터넷 업계가 힘을 모아 오토 제작·배포 사이트에 대한 광고와 구입 통로를 막아야 한다. 실제로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포털을 모니터링한 결과 하루평균 350개의 오토 광고가 게시됐다. 오토를 제작·배포하는 주요 사이트는 30여개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점조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를 근절하려면 게임사와 사용자·포털·쇼핑몰 등의 협조가 절실하다.
◇게임법 조속히 통과돼야=오토 제작·배포를 차단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법적 근거 마련이다. 현재는 오토 제작·배포에 대한 법적 제재 근거가 모호해 제작 업자에 대한 처벌이 미비한 상황이다. 소프트웨어 방식의 오토는 동일성 유지권 침해 및 업무 방해 등의 불법성이 인정돼 해당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급증하고 있는 USB메모리 등에 탑재된 하드웨어 방식 오토는 게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법적 제재가 불가능하다. 문화부는 이런 오토 근절 조항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해 마련했다. 하지만 26일 현재 개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 중이다. 법안은 마련됐는데 국회 통과가 되지 않으면서 오토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한국 온라인 게임이 수출 역군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게임산업을 발목잡는 오토를 제재할 수 있는 법의 조속한 시행이 중요하다”며 “법·제도 시행의 전략적 타이밍”을 촉구했다.
◇성숙한 게임 문화 만들어야=게임 이용자들도 게임 본연의 재미를 즐기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보안 전문가들은 “오토를 사용하는 것은 해킹 툴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범죄”라고 지적한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3월 3일부터 협회는 20개 미디어와 공동으로 오토 배포 사이트 근절 캠페인에 나선다”며 “캠페인 성공 여부는 게임 이용자들의 참여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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