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담당자 찾아 삼만리, 옛날일 됐지요"

  <전자문서 시스템에 이상 발생>

#세무서 직원: 대체 담당자가 누구죠?

#전산운영팀 김씨: 저는 A시스템의 담당자가 아닌데요. 돌려드리겠습니다.

#전산운영팀 이씨: 저는 B시스템의 담당자입니다. 돌려드리겠습니다.

#전산운영팀 최씨:지금 담당자가 자리에 없습니다.

#세무서 직원:한시가 급한데, 나 참 미치겠네….

국세청이 IT서비스관리(ITSM) 체계를 구축하기 전까지 비일비재했던 내용이다. 이들의 최대 고민은 바로 ’소통’의 문제였다. 관련 담당자와 빨리 연결돼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연결되더라도 서로 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던 것. 이들은 금성에서 온 여자도 아니고, 화성에서 온 남자가 아닌데도 남녀 차이 이상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달랐다.

국세청의 IT서비스를 사용하는 현업 담당자들은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심이 없다. 전산운영자들은 현장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실상을 이해해 서비스에 반영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도 늘어나고 현장 상황을 반영한 서비스 개발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국세청의 IT서비스가 양적, 질적으로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이들의 갈등은 깊어졌다. 이에 IT서비스에 대한 관리 체계를 혁신하기 위해 국세청은 ITSM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시작 - ITSM, “약일까, 독일까”

국세청이 ITSM 도입에 나서자 자사 IT서비스 운영팀 직원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전문 상담요원들이 직접 현업 직원들과 통화할 테니 내심 ‘편해지려나’ 싶은 생각과 오히려 새로이 프로세스가 정립되면서 예전보다 업무량이 더 증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겹친 것. 또 한편으로는 현업 담당자들과의 거리감을 ITSM이 좁혀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실제로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김대원 전산운영담당관은 IT분야 직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ITSM 프로젝트는 IT분야 직원들의 적극적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왜 필요하고 해야만 하는 작업인지 직원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면 호의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컨설팅 단계부터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켰다. IT분야의 핵심인력 70명을 선발해 ITIL 자격을 취득하게 하는 등 교육 및 변화관리에 집중했다. 또 수시로 전문가를 초빙해 전 직원들 대상으로 ITSM의 필요성과 효율적 운영방안을 지속적으로 교육했다.

#2. 과제 - “다양한 전문가들의 합작품”

국세청의 ITSM 프로젝트는 공공분야 최대 규모다. LG CNS와 HP가 컨설팅을, SKC&C와 베니트가 시스템 구축은 맡아 진행했으며 참여 인원도 30명이 넘었다. 국세청은 ITSM 프로젝트를 통해 IT서비스 이용 시에 불편사항이나 전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의 사항을 전문 상담요원이 처리할 수 있도록 IT서비스데스크라는 하나의 통합 창구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또 IT서비스에 대한 사용자의 요구 사항이나 장애 현황, 서비스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IT 업무관리 절차를 모두 전산화했다.

김대원 전산운영담당관은 “복잡하고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만큼 분야마다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했다”며 “서비스데스크 구성 및 상담원 교육을 담당할 직원이 누구인지, 프로세스 정립은 누가 담당할지 업무별로 담당자를 명확히 지정하고 책임을 맡겼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서비스데스크 상담원 교육도 함께 진행했다. 보안이 엄격하게 요구되는 국세 자료의 특성상 외부 직원을 상담원으로 배치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국세청 전산담당 직원들을 상담원으로 양성했다. 22명의 인원을 선발해 이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세법, 시스템 사용법, 일선 전산업무 처리과정, 상담기법 등을 교육했다.

#3. 변화 - “진통 속에 성장”

국세청이 전국 관서 대상으로 ITSM을 확대 운영한 지 이제 3개월.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하면 현업 담당자는 서비스 데스크에 문의한다. 전문 담당자가 지식 DB를 활용해 곧바로 문제를 해결한다. 지난해 11월 개통 이후 사용자 요청 1만3000건을 처리했고, 하루 사용자 요청 처리 현황이 97%에 이른다. 무엇보다 현업과 IT분야 담당자들 사이의 의사소통과정이 투명해졌다. 서비스데스크로 사용자요청이 집중되면서 IT 담당자들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의 생각이 어떠한지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고, 이를 시스템에 반영함으로써 사용자의 요구사항에 더욱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현업 직원들도 자신이 요청한 사용자요청 처리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어떤 단계를 거쳐 누구에 의해 처리되고 있는지, 왜 문제를 처리하는데 이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김대원 전산운영담당관은 “지난해 11월 개통 이후 사용자요청 1차 처리율이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그 어떤 기관보다 높게 나왔다. 국세업무의 난이도를 고려했을 때 직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달성하기 힘든 결과였다”고 말했다.

<인터뷰>

국세청 전산운영담당관 김대원 과장

―경영진의 동의는 어떻게 구했나.

▲사실 ITSM이라는 용어 자체를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기술적인 설명으로는 투자 결정을 하는 데 별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IT 업무를 글로벌 표준화에 따라 작업합니다’라고 얘기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표준화’라는 것이 명분이 된 셈이다.

―ITSM 이후 추진 사업 계획은.

▲ITSM 구축은 국세청 전체 IT거버넌스 체계 확립을 위한 중장기 계획의 첫 번째 과제였다. 올해 중으로 정보기술 아키텍처를 구축해 국세행정 전체 업무현황과 정보시스템의 상호 연관관계를 통합된 시각으로 파악하고 조직의 전략목표에 부합하도록 IT자원을 관리할 계획이다. 또 정보화 투자의사결정 등 정보화계획 수립, 투자성과 평가 및 평가결과의 환류에 이르기까지 IT 거버넌스 체계를 완성해 나갈 것이다.

―관련 업계에 조언해 주고 싶은 내용은.

▲ITSM은 단순한 시스템 구축사업이 아니다. 업무프로세스를 바꾸는 작업이므로 프로세스를 표준화해야 하고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직원들이 내재화해야 한다. 또 ITSM 도입에 대한 조직 구성원 간의 합의를 해내는 과정과 실제 조직에 변화를 가져오는데 도움을 받을 전문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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