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혜훈, 변재일 의원이 각각 개인정보보호법안을 발의했으며 행정안전부의 개인정보보호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황이다. 이 법률안은 서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을 막고 국민 기본권으로서 개인의 정보통제권을 보장하는 한편 합법적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건전한 개인정보 활용을 촉진해 관련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모두 관리능력과 의지가 있는 기관이나 기업에 필요한 범위만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수집 목적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았다. 개인정보유출 사건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느 누구도 이러한 개인정보보호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정도다. 사회적인 합의는 이미 끝났다.
이번만은 개인정보보호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가능성을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리는 이미 지난 17대 국회에서 노회찬, 이은영, 이혜훈 의원이 제출했던 세 가지 개인정보보호법안이 예산심의, 국정감사, FTA, 대선 등 다른 현안에 밀려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고, 변재일 의원의 통합안마저 다른 법안에 심사 우선순위가 밀려 결국 17대 국회의 종결과 함께 자동 폐기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들이 표류하고 좌초하던 5년여 동안 옥션의 1000만명 고객정보 유출사건, 다음, LG텔레콤, 하나로텔레콤 개인정보유출 사건, GS 칼텍스의 110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 연이은 사고로 인해 우리는 국민 개인의 심리적, 금전적 피해와 기업의 배상 및 소송비용, 국가신뢰도 저하와 같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지난 국회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 통과됐다면 아마도 이러한 피해는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난 지금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다시 개인정보보호법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번 18대 국회의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안은 국민의 뼈저린 고통을 통해 얻어낸 값비싼 교훈의 결과다. 이 기회마저 놓친다면 다음에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인터넷에 떠돌게 되고 난 이후가 될지도 모른다. 그때 가서 국민을 고통 속에서 구제하고, 사회적 신뢰를 복구하려면 우리는 보다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전 국민의 최우선 순위 요구사항 중의 하나로, 다른 법안이나 현안에 밀려나야 할 성질의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각 주체들은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을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최종 완성단계라 여겨서는 안 되며 효과적인 개인정보보호체계를 구축하고 완성해나가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출발점이자 사회의 개인정보보호 기준선으로 봐야 한다. 각자가 생각하는 완벽한 법을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기본 시스템 마련을 지연해 국민들을 고통에 노출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개인정보보호법 통과는 사회의 개인정보보호체계의 완성을 위한 시작일 뿐이며, 우리는 그 시작점에 서 있다. 국회는 법안의 신속한 통과를 위해 대화와 타협의 미덕을 발휘하고, 민관의 모든 주체들은 통과된 개인정보보호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기술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경영공학전문대학원 교수 jilim@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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