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침체가 IT 업계 투자에 직격탄을 날렸다. 매년 높은 성장세를 자랑하던 IT 투자가 올해 30∼40% 축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1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9년 설비투자 계획 조사’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올해 투자를 작년 대비 29.5% 줄일 계획인 가운데 IT 산업을 대표하는 통신·방송서비스와 전기·전자업계는 각각 40.8%와 29.3% 투자를 줄일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축소 이유로는 경기침체를 반영한 ‘국내 수요 부진(49.5%)’과 ‘수출 부진(15.1%)’이 많았다. 올 투자환경에 대해서도 71.1%(다소 악화 39.2%, 매우 악화 31.9%)는 작년에 비해 악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투자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정책과제로는 △금융지원 확대(39.0%) △금융시장 안정(16.8%) △세제지원 확대(14.0%) △재정지출 확대(10.6%) △금리 인하(8.7%) △규제완화(6.8%) 등의 순이었다.
<뉴스의 눈>
IT 설비투자는 IT 산업 부문 경기의 선행지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나라 주요 IT 기업의 30∼40% 투자 축소는 내년에도 경기가 여전히 불안하며, 국내는 물론이고 수출시장의 환경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배경으로 한다. 이는 기업들이 설비투자보다는 현금 유동성 확보에 치중하며, 경기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수동적인 경영을 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말은 구두선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IT가 우리 경제의 주춧돌이며 한국 경제 회생에 중요한 축임을 감안할 때 정부 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수출 원동력인 IT 부문 설비투자 감소로 인해 장기적인 침체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했다. 기업이 새로운 IT 부문의 설비투자를 하지 않으면 수출 감소는 물론이고 현재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기초체력 저하로 미래 성장동력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성장동력산업과 같은 정부의 IT 뉴딜정책을 통해 수출길이 막힌 우리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현시점에서 30∼40% 투자 축소는 예상할 수 있는 수치”라며 “투자라는 것은 변동성이 많은만큼 금융을 완화해 기업이 투자를 모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팔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글로벌 1위 기업도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기업들에 무조건 투자를 요구할 수는 없다”며, “투자 축소 악순환을 탈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투자 연기분을 올해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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