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독일 ‘쇼트’사와 오는 20일 기술 도입계약을 체결하고 LCD 유리기판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LG화학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LCD 유리기판 사업을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본력은 있지만 독자 기술이 없었던 만큼 이번 기술 도입을 통해 사업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LG화학은 내년께 7세대 유리기판 양산을 목표로 파주 단지내 생산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쇼트는 연 매출 3조원 규모에 125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독일계 유리 전문 회사다.
서동규·서한기자 dkseo@etnews.co.kr
<뉴스의 눈>
◇배경= LCD 유리기판 사업이 LG화학의 숙원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 알려진 사실이다. 유리기판은 액정과 더불어 워낙 기술 장벽이 높은 탓에 사실상 국산화 ‘불가능’ 품목으로 꼽힌다. 시장 호황기에는 ‘갑’인 LCD 패널업체들조차 코닝 등 대형 유리기판 업체들에게 공급을 늘려달라고 애원할 정도다.
삼성코닝정밀유리처럼 원천 기술을 보유한 해외 업체와 합작해 생산법인을 설립하거나, 원천기술만 도입해 양산 성공을 이끌어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과거 구본준 부회장 시절 LG디스플레이가 일본 NEG와 함께 파주전기초자(PEG)를 합작 설립한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독보적인 기술력을 지닌 코닝의 삼성코닝정밀유리에 비해 항상 뒤처질 수밖에 없었던 LG는 다른 대안을 모색해왔다.
이에 따라 LG화학이 지난 2007년부터 LCD 유리기판 사업을 본격 타진하기 시작했고, 쇼트가 1년전 국내 사업을 철수할 당시 충북 오창 공장 인수도 적극 검토했었다. 결국 아사히글라스가 쇼트의 국내 사업을 인수하면서 잠복했던 LG화학의 시장 진출 시도는 쇼트의 기술이전을 통한 상용화로 결론났다. 그룹 차원에서는 LG화학의 경영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LCD 유리기판 사업의 진척 여부를 점검한 것이 이번에 기술 도입계약을 서두른 배경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쉽지 않은 산= LG화학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LCD 유리기판 양산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대안으로 삼은 쇼트의 기술력 문제다. 쇼트는 비록 전통적인 기술을 보유했다곤 하나 대형 LCD 기판 시장에서는 사실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지난 2004년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투자자금만 까먹은채 지난해 전세계 LCD 유리기판 시장에서 전격 철수를 선언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7세대급 대형 유리기판 양산에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LG화학이 내년 양산 타깃으로 삼은 7세대 유리기판이 과연 제대로 나올 수 있을지 의문스런 대목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코닝이 퓨전 공법으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데 비해 나머지 일본계 유리기판 업체들은 전통적인 플로팅 공법으로 원가 경쟁력을 맞추지 못하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면서 “코닝과 나머지 업체들의 이익율 격차가 큰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LG화학은 내년도 양산 목표를 용해로 1∼2개 정도로만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양산에 성공하든 못하든) 우리 입장에서는 유리기판 공급처를 다변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서 “단가 협상 등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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