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0년 불황에서 살아남은 소매기업들은 △브랜드 △재미 △공급망관리 △타깃팅을 중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일본 소매업의 혁신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오랜 불황 속에서 생존한 소매기업들의 비결은 ‘B·E·S·T’라는 4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고 밝혔다. 상의는 “일본 소매업이 지난 10년간 제로 성장을 한 가운데서도 △브랜드(Brand) △재미(Entertainment) △공급망 관리(SCM) △타깃팅(Targeting)에 역점을 둔 소매업체, 이른바 B.E.S.T 기업들이 100% 이상의 성장세를 구가 했다”며 “이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얼어붙은 국내 소비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서 소개한 브랜드 기업은 일본의 ‘패스트리테일링’이다. 이 회사는 ‘유니크로’라는 브랜드로 대대적인 상품과 기업 이미지 광고를 단행했다. 보고서는 “소모적인 가격 경쟁에 빠지지 않는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냈다”며 “일본 불황 10년간 775%의 성장을 일궈냈다”고 소개했다. 유니크로 브랜드는 ‘캐주얼 베이식’이라는 컨셉트를 만들었으며 패스트리테일링은 이를 통해 1993∼2003년 매출액 12배, 경상이익 20배, 점포수 14배 등 경이적인 성과를 올렸다.
‘재미’ 키워드의 대표기업은 ‘마츠모토기요시’. 젊은 여성을 위한 엔터테인먼트형 드러그 스토어(의약품 판매점)를 표방한 이 기업은 10년간 111%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영수증에 짝사랑하는 남자 이름을 적어라. 점장이 그것을 찢으면 그 남자와 사랑이 이뤄진다’라는 소문이 여고생들에게 퍼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회사는 매출보다 ‘웃음’을 줄 수 있는 상품 진열로 고객 충성도를 높인 것이 성공의 비결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상품진열 뿐만 아니라 10∼20대 젊은 여성들이 즐겁게 쇼핑할 수 있는 매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 소비자들과 연령대가 비슷한 종업원과 점장을 고용해 상담실과 같은 매장을 만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드러그 스토어를 몸이 아파 찾는 곳이 아닌 편하게 들러 즐겁게 쇼핑할 수 있는 장소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공급망 관리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한 기업은 ‘니토리’이다. 가구 체인기업인 니토리는 해외로부터 상품을 조달하는 공급망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획·제조·물류·판매를 일괄 관리하는 ‘제조 소매업형 비즈니스모델’을 정착시킨 것이 성공의 비결로 풀이됐다. 이 회사는 일본 내 대형물류센터가 담당했던 재고비축 기능을 중국으로 이전해 경비를 줄이는 한편, 세계 270개 회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등 해외로부터 직수입을 통해 40%대에 이르던 이익을 55%까지 끌어올리면서 20년 연속 이익 증가를 실현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간 438% 성장했다.
‘타깃팅’의 성공 모델은 ‘아스쿠루’. 이 회사는 법인을 목표로 오피스 시장에서 성공의 길을 걸었다. 보고서는 “이 회사가 종래 유통채널이 경시해 왔던 법인고객을 타깃으로 설정, 10년 동안 무려 1562% 성장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블루오션 비즈니스의 전형적인 모델인 셈이다.
아스쿠루는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 규모의 법인에서는 문구가 필요할 때마다 직원이 직접 문구점에서 물건을 구매한다는 점을 간파했다. 이 기업은 타사 제품을 포함한 모든 오피스 관련 상품을 제공하는 ’일괄구매 쇼핑’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시도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또 오전 11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저녁까지는 도착하는 신속한 서비스 제공으로 그동안 무시돼왔던 법인시장 정벌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업계에 존재하는 제도, 관습, 상식 등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며 “차별화된 핵심 역량만이 불황에 살아남는 성공 DNA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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