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장`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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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발표되는 굵직한 정부 정책이나 민간 업체의 사업 발표에서 단골로 포함되는 것이 ‘일자리 창출’이다.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 건전한 일자리가 늘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고용이 있어야 소비가 살고, 또 이런 소비가 투자 재원으로 다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를 보면, 근거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정책이나 사업을 포장하기 위해 ‘일자리’ 단어를 갖다 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때가 적지 않다. 특히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것인지, 힘 있게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많아진다는 내용인지 구분 자체가 모호할 때도 있다.

 최근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은 경쟁적으로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펴고 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어떤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며, 이를 통해 몇 천·몇 만명의 고용을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일반인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단순 포장용으로 의심받는 일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터넷(IP)TV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고용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주장이나, KT와 KTF가 합병하면 신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말들은 뚜렷한 근거 없이 나온 전시성 표현이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제2롯데월드 건설 계획에도 완공 후 2만명이 넘는 사람의 고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정작 일자리 부문은 자사 이익을 위해 하나의 논리로 사용된 것일 뿐이라는 말도 나왔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어떤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려면 반드시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서 계획을 내놓으라는 지시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어떤 정책이나 사업을 벌이면서 일자리까지 염두에 두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정책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또는 자신의 의견을 강화하는 수단으로만 ‘일자리’를 언급하는 것이라면 조금은 지양했으면 한다. 구직자나 일반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막연하게 제시되는 일자리 확대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당장 일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이다. 김승규·정보미디어부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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