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의 시네마 읽기]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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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들! 왜 연락을 안 하는 거야? 전화도 못 할 만큼 바쁘다고? 그렇게 바쁘면서 밥은 언제 먹냐?”-From. ♀

“우리의 행동을 오해하지마! 우린 단지, 너희에게 반하지 않았을 뿐이라고!”-From. ♂

 그녀는 남편에게서 다른 여자와 잤다는 말을 듣는다. 그것도 마트에서. 그러나 그녀의 관심은 외도가 아닌 남편이 자신 몰래 담배를 계속 피워왔다는 데 꽂힌다. 힘들게 외도를 고백한 남자는 황당하다. 기껏 흡연이 문제라고? 부적절한 관계가 아닌 부적절한 흡연은 분명 이혼 사유가 된다.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He’s just not that into you, 켄 콰피스 감독)’는 제목만큼 내용도 꽤 독특하다. 오는 12일 소개되는 이 영화는 시종일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남녀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녀에게 반하지 않은 남자’와 ‘그에게 관심 없는 여자’, 이들은 엇갈린다. 남자들은 말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여자가 없다’고. 그러나 여자도 할 말은 있다. ‘너에겐 진정성이 없다’는.

 좋은 영화의 뒤에 뛰어난 원작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진리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스토리 컨설턴트 리즈 투칠로와 그레그 버런트가 만든 동명의 책은 발매 당시 빅히트를 쳤다. ‘당신들을 잘못된 관계에서 해방시킬 것’이라는 구세주적 선언과 함께 오프라 윈프리가 극찬했을 정도.

 책만큼은 아니지만 이쯤 되면 영화도 잘 빠졌다는 평을 받을 만하다. 연애 지침서를 배경으로 했기에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사실 이런 류의 영화들은 기자에겐 고약하다. 각 등장인물이 포개지지 않으면서 동어를 반복하기 때문에 스토리를 요약하기 힘들다. ‘그당반’도 마찬가지다. 남녀의 연애가 백화점식으로 등장해 ‘사랑’이라는 내용 외에 소개할 게 없다. 사랑하지만 결혼하길 꺼리는 남자(닐)도 있고 전화가 오지 않으면 먼저 걸고, 연락하겠다는 남자에게 “정말 전화할 거죠?”라며 확인 사살하는 그녀(지지)도 나온다. 심지어 6명 인물의 이야기는 영화에 다소 산만하게 뿌려진다.

 영화의 장점은 분명하다. 여러 사랑이 등장하면서 주제가 흐려지기도 하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게 사랑’이라는 진리는 영화의 강한 구심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현실성과 다양성은 ‘그당반’의 장점에 꼭지를 형성한다. 지루할 만하면 다른 커플이 등장하고 그들이 이해되지 않으면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찾으면 된다. 마트에서 우연히 마주친 유부남과 부적절한 사랑에 빠지는 안나가 부담스럽다면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부동산 중개업자 코너에게 마음을 주면 된다.

 장점은 또 있다. 배우들이다.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그녀들은 일반 기준으로 보면 반하지 않고는 넘어가기 힘든 매혹적인 여인네다. 제니퍼 애니스턴(베스), 스칼릿 조핸슨(안나), 드류 배리모어(메리)도 모자라 제니퍼 코널리(제닌), 지니퍼 굿윈(지지)까지 나온다. 남자도 뒤지지 않는다. 벤 애플렉(닐), 브래들리 쿠퍼(벤), 저스틴 롱(알렉스), 케빈 코널리(코너). 할말 다했다. 참고로 남자들은 보통 이런 로맨틱 코미디를 싫어한다. 여자친구가 원해서 볼 뿐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남자에게도 친절하다. 예매를 편하게 해도 된다는 이야기다. 할리우드의 주인공들을 한번에 모으기가 그리 쉬운가!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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