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조 공공구매론` 제구실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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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기관이 발주한 프로젝트를 어렵게 수주한 중소기업 A사.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구매론을 이용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던 A사 재무담당자는 은행 반응에 매우 황당했다. 예전 같으면 신용 대출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힘들고 대신 보증서를 끊어오라는 것이다.

 올해 정부가 78조원에 달하는 중소기업 제품 공공구매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공공구매론이 중소기업의 중요한 자금줄로 떠올랐다. 하지만 은행들이 보수 경영에 나서면서 공공구매론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구매론은 정부가 공공구매 프로젝트를 수주한 중소기업에 대해 자금을 저리로 신용대출해 주기 위해 기획한 사업. 정부기관·지방자치단체·정부투자기관 등 모든 공공기관(현재 174개사 참여)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우리·기업·하나·부산·경남은행 등 은행권도 참여하고 있다. 공공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한 만큼 신용도가 높다고 판단, 일반적으로 대출금리가 1∼2% 낮게 책정된다.

 그러나 최근 중소기업 대출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은행들이 정부가 보장하는 공공구매론조차 대출을 꺼리고 있다. 공공기관 프로젝트 수주와 기업의 존속 여부는 최근과 같은 불황기에는 별개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공공구매론 수요는 오히려 크게 줄고 있는 추세다. 공공구매론 사업 대행업체인 한국기업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기업들이 공공구매론을 이용할 실적이 1275억원(월평균 127억원)에 달했으나 11월에는 68억원, 12월에는 31억원 급격히 하락했다. 한국기업데이터 측은 1월에도 수요가 늘고 있지 않다고 전망했다.

 한국기업데이터 관계자는 “지난해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으나 11월부터 수요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은행들이 BIS비율 등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BIS비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보증서를 요구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공공구매론 활성화를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대안으로는 은행들이 요구하는 보증서를 낮은 수수료로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손광희 중기청 공공구매판로과장은 “공공구매론은 중소기업들이 신용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보증이 함께 이뤄지면 기업에는 또 다른 부담이 된다”면 “해결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