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 코스닥기업 `허우적`

 대덕특구의 성장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코스닥기업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 벤처산업을 주도해 온 대덕특구에는 1월 현재 총 16개의 업체가 코스닥에 상장됐다. 이 중 3분의 1에 달하는 5곳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창업 1세대 CEO의 잇단 경영 일선 퇴진과 부도로 옛 명성을 잃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코스닥 대표 주자들의 경영 일선 퇴진을 지역 벤처산업계 구조조정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향후 이 지역 산업에 어떤 형태의 후폭풍을 가져올지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터져나온 I사의 부도 소식은 충격 그 자체였다. 국내 1세대 벤처기업이면서 바이오업계의 선두주자로 이름을 날렸던 I사는 최근 사업 확장 과정에서 당시 만기가 도래한 4억2000만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결국 부도처리됐다.

 한때 대덕특구 리딩기업으로 명성을 떨쳤던 기업 CEO들의 경영권 퇴진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1년도 채 못되는 기간 동안 K사, H사, D사, G사 등 4개 기업의 창업주가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중 대다수 기업은 1∼2년째 자금난을 겪어왔다. 결국 우회상장을 목적으로 한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주력제품인 케미컬 에어필터로 회사를 코스닥 반열에 올려놓았던 K사는 지난해 5월 당시 창업주인 L 사장이 주식 일부와 경영권을 다른 개인 사업자에게 양도하고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다.

 산업용 디스플레이업체로 주목받았던 D사는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다 지난해 6월 한 반도체소자 제조업체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최근엔 회사명도 바꿨다.

 휴대폰 부품업체인 H사도 창업주인 P 사장이 대덕밸리벤처협회장을 지낼 정도로 경영 일선 및 단체·협회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지난해 7월 장외 광학 부품업체에 경영권을 넘기고 물러났다.

 초파리 라이브러리로 유명세를 탔던 바이오신약기업 G사는 창업주인 K 사장이 바이오 및 전자업종의 기업을 인수하면서 회사를 코스닥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최근 자금난으로 경영 상태가 크게 악화되자 결국 다른 회사에 경영권을 넘겨줬다.

 대덕특구 모 관계자는 “지역 벤처 생태계 입장에서 볼 때 기업 변화는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최근 이 지역 코스닥기업 CEO들의 잇단 퇴진은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전문 경영 체제의 필요성을 느껴 퇴진하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며 “미래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과 겸손함이 이 지역 CEO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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