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윤우·최지성이라는 ‘쌍두마차’ 체제를 비장의 카드로 내세운 데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퇴진하고 전략기획실을 해체하면서 컨트롤타워 기능이 사라졌다. 밖에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안에서 느끼는 파장은 거의 ‘허리케인급’이었다. 삼성이 자랑하는 관리와 시스템 경영도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미래를 위한 투자와 차세대 사업은 아예 손조차 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삼성전자는 덩치는 공룡처럼 비대해졌지만 머리와 손발이 따로 놀면서 경쟁력이 크게 추락했다.
다소 무모해 보이지만 부품과 세트로 두부 자르듯 과감히 가른 데는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위기감이 컸다. 그것도 시간을 두기보다는 단기간에 수술해야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다. 하나는 위기일수록 ‘속도 경영’이 필요하다는 점과 ‘성과 위주 경영’으로 지금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가 감사팀장 직위를 사장으로 승격한 대목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경영 진단을 거쳐 사업 실적을 엄격하게 챙기겠다는 의지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하부 시스템이다. 삼성은 지난 19일 있었던 인사에서 유독 ‘현장’과 젊은 피를 통한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의 간판급 최고경영자 등 60대 사장을 전원 퇴진시키고 50대 인사를 전면에 배치해 조직 분위기를 일신했다. 부사장급에서는 50대 초반, 전무급에서는 40대 후반 임원도 과감히 발탁했다. 현장 경영을 펼치기 위해 현장에서 성과를 낸 젊고 열정적인 인사를 중용했다.
이러한 동향은 이르면 21일 발표할 조직 개편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부장도 현장과 속도를 중시하는 조직 개편 방향에 맞게 새 얼굴로 교체될 게 유력하다. 부사장에는 일부 전무급도 전진 배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측은 “조직 개편과 보직 인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정확하게 얼마나 새 얼굴을 기용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대부분의 사업부장이 교체되는 게 당연시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해법을 찾자는 기조는 두 사업 부문 수장의 경력과 맞닿아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87년부터 반도체 분야에서 대부분 임원 시절을 지내 연구개발과 생산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현장통’이다. 반도체 사업부장 당시에도 사무실 구석에 야전 침대를 놓고 연구원과 밤을 새우며 개발과 생산을 독려한 사례는 지금도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최 사장은 ‘디지털 보부상’ ‘야전 돌격대’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 해외 영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삼성전자가 본사 인력을 현장으로 보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려는 배경도 최 사장 구상으로 알려졌다.
‘투톱’ 체제가 이른 기간 내에 자리를 잡으려면 기술·경영지원 총괄을 비롯한 현업 부서로 흩어지는 내부 직원의 혼란을 빨리 가라앉히는 게 과제라는 분석이다. 얼마나 빨리 새로운 기업 문화를 확산하고 정착시킬 것인지도 빼놓을 수 없는 두 사업 부문장이 당장 넘어야 할 과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양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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