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 생태계는 취약하다. 대기업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 기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대부분 영세하고, 생산성도 낮다. 지속 성장하면서 성과도 뛰어난 중견기업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성공한 중견기업은 분명히 있다. 이들은 다른 기업에 희망과 함께 길을 제시해 준다.
성공한 중견기업의 발전단계를 보면 성장기를 거쳐 위기에 직면하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재성장과 도약을 이룬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일류 중견기업의 성공요인’ 보고서에서 성공한 기업의 특징을 △생성기에서 성장기까지의 기간 단축(글로벌화) △성장하는 도중의 새로운 성장기회 모색(학습효과) △우량기업으로서의 수명연장(혁신 체질화)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일류 중견기업은 △글로벌 틈새시장 공략 △개방형 연구개발 △고효율 경영 △독자사업 전개 △대내외 신뢰 구축 △기업가 역량의 공동요인 등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휴대폰 부품업체인 ‘재영솔루텍’, 특수모니터 제조업체인 ‘코텍’ 등은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리고, 1980년대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해외시장 진출에 자신감이 생기고 실적까지 뒷받침되면서 지속 성장의 틀을 다졌다.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지속적인 기술개발 투자를 한 것도 성공의 한 축이다. 무역업으로 출발해 반도체 소재 제조업체로 자리 잡은 ‘테크노세미켐’은 일본과 기술 제휴해 연구개발 비용을 줄이면서 조기에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개방형 연구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자체 브랜드 등 독자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지속적인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실제로 벤처기업 성공신화로 꼽히는 휴맥스도 1995년 대기업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주문받아 생산을 시작했지만, 수출 지역 확대과정에서 독자 브랜드 사용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눈앞의 성과보다 어렵더라도 독자 브랜드라는 길을 택함으로써 글로벌 셋톱박스 대표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준비와 능동적인 대처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산업의 틀이 바뀌고 있음을 미리 감지하고 대처하면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성공할 수 있다”며 “디지털TV가 그러한데, 일본이 독점하던 아날로그TV 시장이 디지털TV로 바뀌면서 환경에 대처한 한국이 세계 시장을 점령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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