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승진 인사는 ‘스피디한 현장 경영’과 ‘세대 교체’가 큰 줄기를 이뤘다. 현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젊은 전문가 그룹이 중용된 것이 특징이다.
삼성의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이 워낙 좋지 않고, 삼성이 처한 상황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현장을 이해하고 빠른 추진력을 갖춘 인사들이 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한우물’ 현장 전문가 등용=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은 윤부근 사장은 1999년 SCM그룹을 잠깐 담당한 것을 빼곤 일관되게 삼성의 TV 사업부문에서 경험을 쌓았다. 제조팀장, 글로벌 운영팀장, 개발팀장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LCD사업부장을 맡은 장원기 사장도 LCD 사업 태동기부터 제조 부문의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천안사업장 공장장을 비롯해 현장 속에서 잔뼈가 굵었다. HD LCD사업부장(부사장)서 사장으로 승진,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헌식 삼성코닝정밀유리 신임사장은 1995년 회사 설립 당시부터 제조와 생산 기술 부문을 담당했다.‘유리 성형의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다. 삼성코닝정밀유리 임직원들은 내부 승진자 배출에 한껏 고무됐다.
◇융합 추세 반영=기술 융합 추세를 반영해 세트와 부품 및 IT와 통신 분야의 경험을 쌓은 사장단의 보직 이동도 눈여겨 볼 사안이다.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은 신설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사장으로 이동했다. 강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컴퓨터, 네트워크 등의 세트 사업 경험을 쌓은 후 삼성전기를 세계적인 부품 업체로 키운 경험까지 갖췄다. 신설 회사의 초기 안정화 작업에 역할이 기대된다. 김인 삼성SDS 사장은 삼성네트웍스 사장을 겸임한다. IT와 통신을 융합한 사업 비전의 제시와 신사업 발굴 부문에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비 서울대 출신 약진=삼성 사장단엔 서울대 출신이 늘 많았는데 이번엔 달랐다. 경험과 현장 경험을 토대로 승진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14명의 사장단 승진 인사중 서울대 출신은 최주현, 이헌식, 장충기, 황백 사장 4명에 그쳤다. 고려대(김징완, 이상대 부회장, 배석용 사장)와 연세대(장원기, 서준희, 윤순봉 사장) 출신이 각각 3명씩, 성균관대(노인식,윤주화) 출신이 2명씩 포진했다.
금융 출신이 갔던 삼성벤처 투자에 전자 부사장 출신인 최외홍 사장이 온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신기술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앞으로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삼성전자 감사팀장을 사장급으로 격상한 것도 관심거리다. 구매 등 내부 비리 요소에 대한 감사가 한층 더 강력해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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