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으로 저렴한 공개 소프트웨어(SW)가 각광을 받고 있다. 소스코드가 공개돼있어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은 공개SW의 최대 장점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가져다 쓰기만 하는 것은 산업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공개SW 개발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어떤 원칙과 이유에 의해 해당 SW가 설계됐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문제가 생길 경우 그나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용SW를 사용하는 것보다 못한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개발에 동참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비용절감 이상이다. 공개SW 개발은 교육의 현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나라는 공개SW를 가져다쓰기만 하는 소비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개SW 소비국에서 개발국으로 가기 위한 방안을 3회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공개SW의 대명사인 리눅스. 리누스 토발즈를 비롯해 수십만 개발자들이 새로운 리눅스 커널을 개발하기 위해 매일 커널닷오알지 사이트에 몰려든다.
이중 한국 개발자들이 개발에 기여하는 비중은 통계를 낼 수도 없을 정도로 적다. 리눅스파운데이션은 0%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했다. 3년 전만해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었던 일본은 최근 집계 결과 4%로 올라선 것으로 드러났다.
NEC와 후지쯔 등의 대기업들이 공개SW 관련 정책을 바꿨기 때문이다. 소비가 아니라 개발을 해야 더욱 효율적으로 공개SW를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 개발자들은 요지부동이다. 힘들어서다. SW 개발이 직업인 개발자들은 회사에서 매일같이 야근을 하며 밤을 세운다. 도저히 공개SW 개발에 뛰어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미 썬마이크로시스템즈나 IBM 등 글로벌 기업이 업무 시간에도 공개SW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나마 리눅스를 비롯한 공개SW에 대한 인지도는 어느 정도 자리잡은 편이다. 서비스에 대한 비용만 받는 공개SW 기업들도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한국레드햇은 지난 분기 22%의 성장을 달성했다.
우리나라에서 공개 SW가 알려지고 확산되기 시작한 출발점은 ‘2003년 1.25인터넷 대란’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25대란은 MS SQL 서버의 허점을 이용하는 슬래머 웜이 일으켰으며, 획일화된 서버가 대한민국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 때문에 공개SW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난 4년간 정부의 노력으로 인해 공공기관 서버 OS의 30% 이상은 리눅스가 됐다.
이렇듯 공개SW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공개SW 개발 기여도는 0에 가깝다. 공개SW를 다양성과 비용절감이라는 시각에서만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장기적인 SW산업 전체에서 봤을 때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어느 정도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는 달성할 수 있지만, 기술력에서는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일부 휴대폰·가전 업체들은 개발하는데 참여하지 않고 가져다 쓰기는 것은 물론, 소스 코드를 수정까지 해 사용한다.
세트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개발자 입맛에 맞게 기능을 변경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더 없이 좋은 SW이지만, 이러한 방식은 최악의 경우 새로운 버전과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다. 해당 SW가 개발되는 데에는 일정한 아키텍처와 원칙이 있으며, 장점과 단점도 있게 마련이다. 개발에 참여하면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알게 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가져다 쓰기만 하는 경우에는 이를 명확히 알 수 없다.
다행히 공개SW 개발에 참여하자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정부도 더 이상 공개SW 사용과 확산에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개발자들이 개발에 직접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해 기업과 대학이 함께 공개SW 커뮤니티를 열고 운영해 공개SW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11개의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사업을 펼쳤다.
올해에는 2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공개SW 공모대전도 열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SW를 선정하고 우수한 SW는 세계적인 커뮤니티에 선을 보임으로써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한국리눅스파운데이션도 국내 여러 대학과의 제휴를 통해 대학생들이 세계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단형 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 회장은 “공개SW를 비용절감 측면에서만 바라봐서는 곤란하다”며 “세계적인 개발자들과 함께 개발과정에 동참함으로써 해당 SW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상태에서 효율적인 활용도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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