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접근성이 쉬워지고 서비스가 다양화하면서 인류의 삶은 인터넷을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게 됐다. 별개로 생각해오던 인터넷 세상과 현실 세상의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심지어는 현실세상이 인터넷 세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까지 생각하게 됐다. 기술로서의 인터넷이 시작된 지 30여년 만에 경험하는 놀라운 사회적 변화다. 이런 거대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사회보다는 긍정적이고 밝은 사회가 미래에 도래하기를 원한다.
미래의 인터넷 세상은 현재보다는 훨씬 투명해져서 서로를 신뢰할 수 있고, 물질이나 문화의 격차로 인한 갈등을 초래하지 않으며, 폭력과 아픔보다는 따뜻한 격려와 사랑이 일상이 되기를 많은 이는 염원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터넷은 이미 지나친 과열 현상과 잘못 시작된 환경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500명의 청소년 중 54% 정도가 인터넷을 통해 마약과 음란물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부모의 눈을 피해 성인물을 탐닉하는 청소년은 더 이상 특별한 모습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한 보안회사는 고객들의 설문을 통해 수신하는 e메일 중 92% 이상이 스팸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다. 실제로 하루 100건이 넘는 스팸은 개인의 하루를 짜증나게 하고, 더욱이 사행성 게임이나 음란물, 심지어는 원조교제 등을 위해 끊임없이 인터넷 거리를 난무하고 있다. 스팸 메일 발송에 악용되는 개인정보 유출은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낳고 있기도 하다. 또 아직 물정에 눈을 뜨지도 않은 여중생이 친구가 가진 휴대폰이나 게임의 의한 인터넷 열등감으로 자살 충동을 호소하고, 자살 사이트에 접속해 동반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인터넷 중독 혹은 게임 중독으로 초등생이 학업에 지장을 받고, 청소년의 10%가 넘는 인터넷 중독자는 사회적 기능 마비로 인한 우울증이나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고 있다. 일부 연예인은 인터넷 군중의 폭력에 시달려 유명을 달리하고 이러한 현상이 자살 도미노로 발전할 것이 우려되기도 한다.
이러한 인터넷 역기능을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세상을 함께 사는 사람들의 직무 유기며, 희망을 포기하고 까맣게 도화지를 칠하는 화가의 암울함과도 같다. 2009년 황소의 해에는 이러한 역기능을 날려버리고 새로운 인터넷 세상으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정부는 IT가 순기능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이나 제도 혹은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될지언정 열쇠가 될 수는 없다. 법과 제도는 질서 유지를 위한 소극적인 방편일 뿐 새로운 인터넷 미래를 지향하는 방법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2009년 기축년에는 법과 제도의 정비와 병행해 사회가 합의하는 ‘아름다운 인터넷 문화 만들기 운동’을 시작하자. 청소년이 시작하고 노인이 동참하며 정부가 지원하고 기업이 앞장서는 건강한 인터넷 만들기에 온 국민이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한 내일을 만드는 최선의 길이다. 국민은 감추어진 산업시대의 구습보다는 새롭게 형성되는 미래를 보기 원한다. 어쩌면 어렵게 맞물려 돌아가는 경제의 실마리도 정부와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여기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부정과 부패, 불신과 오만, 독설과 싸움 등 지금까지의 사회가 가진 병폐들을 새로운 인터넷 세상에서는 경험하지 않도록 전폭적인 인터넷 문화운동이 필요한 때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tmchung@ece.s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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