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자동차(HEV)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량 도입하면 수년내 휴대폰, 노트북PC의 배터리 가격이 폭등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새해 자동차업계는 HEV용 배터리로 가볍고 효율이 뛰어난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문제는 리튬의 매장량이 얼마 남지 않아서 휴대폰·노트북PC 등 정보통신기기의 배터리 수요를 감당하기에도 빠듯하다는 것. 전문가들은 리튬이온배터리를 쓰는 HEV시장이 활성화할 경우 불과 수년내 채굴 가능한 리튬 매장량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친환경 차량용 배터리 분야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외에 다양한 기술적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6년 뒤면 고갈=리튬 전지는 니켈수소 전지에 비해 부피가 작고 가벼워 HEV용 2차전지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리튬은 지금처럼 채굴하게 되면 오는 2025년께 바닥난다. 채굴 가능 매장량이 410만톤 남짓인 반면, 연 생산량은 25만톤에 달한다. 리튬이온 전지는 휴대폰·노트북PC 등 중소형 애플리케이션에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HEV 수요가 늘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HEV용 2차전지를 리튬이온배터리로 대체할 경우 차량 한 대당 리튬 사용량이 휴대폰의 200배, 노트북PC의 40배에 이른다. HEV용 리튬 2차전지 시장이 활성화하면 리튬 고갈 시점은 훨씬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안전성 문제로 니켈수소(NIMH) 전지만 HEV에 사용되지만 곧 리튬 전지 시장도 열릴 것”이라며 “이럴 경우 불과 7∼8년 내에 매장량이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격 오르면 가용 매장량 늘어=리튬 고갈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현재 가격으로 산정한 매장량은 410만톤 정도지만 향후 가격이 오를 경우 경제성 있는 매장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잠재 생산량을 총 1100만톤 정도로 추산한다. 실제로 최근 중소형 IT기기에 리튬이온 전지 채택비율이 높아지면서 리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리튬의 주요 원료인 탄소리튬(Li2CO?) 가격은 지난해 1∼5월 톤당 6550달러에 거래됐다. 2007년 말부터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용 매장량은 자원 가격에 따라 결정된다”며 “지금과 같은 리튬 가격 고공행진이 계속되면 고갈 시기가 연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체 기술 확보해야=리튬 가격 상승에 따라 가용 매장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대체 기술 개발은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리튬 매장량의 70%가 칠레에 집중됐다. 향후 칠레를 비롯한 각국이 전략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할 경우 수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HEV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니켈수소 전지 관련 신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차세대 전기기술인 금속-공기전지 관련 기술 연구도 서둘러야 한다는 분석이다. 구회진 한국전지연구조합 부장은 “아직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았지만 리튬을 바닷물에서 추출하는 방법도 있다”며 “수급 불균형을 이룰 때를 대비해 여러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일한·안석현기자 bailh@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자원 매장량 비교(단위 만톤, 자료 : 한국지질자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