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업계 "엔高는 절호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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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엔고’로 출발한 새해, 인쇄회로기판(PCB) 업계의 위상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호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부가 PCB 품목으로 그동안 상당부분 대일 수입에 의존해왔던 반도체용 기판의 국내 조달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새해 벽두부터 전세계 경기 침체에 타격이 예상되는 PCB 업계로선 새로운 돌파구가 되는 것은 물론, 국가적으로는 대일 무역 역조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는 대안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최근 급성장한데는 과거 IMF 구제금융 당시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 탓에 수입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이를 정면 돌파하고자 했던 업계의 합심의 결과이기도 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가 일본·대만 등 해외에서 사들이는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 수입 규모는 연간 25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전자회로산업협회(회장 박완혁)가 최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기준 국내 패키지용 PCB 시장 규모는 1조3700억원, 이 가운데 일본·대만 수입액이 많게는 2500억원에 육박했다. 특히 대일 수입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이 기간 전체 수입액의 68%인 1700억원 가량을 일본에서 사들였다.

PCB 업계는 연 2500억원에 이르는 패키지용 PCB 수입 물량의 상당 부분을 국내로 돌릴 수 있다며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의 구매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이른바 하이엔드급 CPU에 들어가는 고밀도 플립칩 BGA 제품을 제외하면 대다수 반도체 패키지용 PCB는 이미 국산화에 성공했다. 삼성전기·LG마이크론·심텍·대덕전자·코리아서키트·아페리오 등 주요 PCB 업체들의 경우 양산 체제도 구축했다. 당장 수입 대체가 가능한 범위도 반도체 패키지용 PCB 수입액 가운데 6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임병남 전자회로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수요 기업과 PCB 업계가 긴밀히 협력하면 지금보다 수입 대체 효과가 훨씬 커질 것”이라며 “새해 어려운 경기 환경에서 국내 업계의 공생을 위해 현실 가능한 실천 과제는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엔고 및 반도체 수요 침체가 당분간 지속된다면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수요 업체들로서도 일본 대신 국내 조달 비중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최근 PCB 업계는 협회를 중심으로 새해부터 국내 반도체 업체들과 구매 물량 확대를 위해 본격 협의에 나섰다. 주요 반도체용 PCB 기판 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략 구매를 실시해왔던 반도체 업체들 입장에서 당장 그 비중을 바꾸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워낙 엔 가치가 높은데다 국내 업계의 양산성도 확보돼 있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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