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이모티콘 안되니 `아이폰`도 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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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검색서비스회사 구글이 지난해 11월 29일 일본 휴대폰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그림문자(emoticon)를 모든 휴대폰이나 컴퓨터에서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세계표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독자적인 자신들만의 문화 속에서 발전해온 일본 휴대폰 문화를, 일본인 스스로 일명 ‘갈라파고스(Galpagos)’라 칭한다. 이번 구글의 그림문자 세계 표준화를 통해 오랜 시간 독자적인 문화를 키우며 고립돼온 일본의 휴대폰 문화가 갈라파고스에서 벗어날 날이 올지 기대가 되고 있다.

◇그림문자의 역사=현대인에게 그림문자는 휴대폰 메일에 사용하는 이모티콘이나 거리의 교통표지 등을 생각하기 쉬우나,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사물을 본떠 그 사물이나 그것에 관련 있는 관념을 나타내는 상형문자를 의사소통에 사용해왔다. 그리고 그 상형문자는 21세기에 와서 휴대폰으로 들어와 글자 이상의 감정 전달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휴대폰 그림문자는 초기 일본 휴대폰 서비스회사가 각사 고유의 양식을 사용해 타사 서비스로 사용자에게 메일을 보내면 그림문자가 깨져서 보이는 현상이 발생,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것이 상식으로 통했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005년 당시 보다폰(현 소프트뱅크 모바일)이 먼저 자사의 그림문자 메일이 타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에게 보낼 때도 그림문자가 깨지지 않도록 하는 서비스를 실시, 이후 2006년에는 NTT도코모와 KDDI도 유사한 서비스로 전환해 상호 비슷한 그림문자가 있을 때는 변환돼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림문자를 바라보는 한일의 시각차이=그림문자(이모티콘)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반응은 외래어 특히 영어에 대한 반응과 비슷하다. 한국보다 외래어 사용이 빈번한 일본은 외래어 남발로 고유의 일본어를 망치고 있다거나 일본어가 붕괴될 것이라는 의견은 적다. 그와 마찬가지로 그림문자도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커뮤니티수단으로 인정, 나이든 부모도 현대 문화에 젖어 살아가는 자식과 대화를 위해서는 메일에 그림문자를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에 비해 한국에서는 이모티콘 사용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소리가 높고, 이에 따른 폐해로부터 한글을 보호해야 한다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이는 외래어 사용 남발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모습과 무척 유사하다.

◇그림문자 없는 아이폰은 무용지물=2008년 7월 일본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면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이었지만, 이후 판매가 부진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700만대 이상 팔리며 선전하고 있는 아이폰이 일본 시장에서 푸대접을 받는 이유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그림문자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림문자는 긴 문장을 생략하고 간단하게 표시하는 기능도 있지만, 지금의 일본 젊은이들에게는 문자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으로 정착됐기 때문이다.

이제 일본 젊은이들이 메일을 사용하는 데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은 그림문자를 사용할 수 없는 아이폰은 결국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팟의 인기로 일본 시장에서 자신감을 얻은 애플이지만 그 자신감이 오히려 아이폰의 일본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만 격이 됐다.

애플 아이폰의 킬러 휴대폰으로 주목을 받던 삼성 옴니아는 아이폰의 일본 시장에서의 실패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삼성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옴니아가 스마트폰의 형태인 것에 비해, 일본에서는 시장에 최적화된 고성능 휴대폰으로 격을 낮추어 출시했다. 다기능의 스마트폰보다, 고성능 휴대폰으로서 일본 유저가 원하는 기능인 지상파 디지털 방송 원세그를 시청할 수 있는 기능과 메일에서 그림문자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담아 11월 말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애플도 일본 시장에서의 실패원인을 분석, 아이폰에서 원세그 시청과 그림문자 전송이 가능하도록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그림문자 표준화를 구글에 준 일본=일본 독자의 문화로 발전해온 그림문자가 자신들의 손을 떠나 구글이라는 외국 업체에 의해서 표준화된다는 사실에 다양한 반응이 제기됐다. 경쟁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은 가능해도 함께 업계 표준을 못 만들어 내는 자국의 이동통신사에 대해 자사 이익과 고객 확보에만 여념이 없다는 비난의 화살과 함께 일본이 일궈낸 문화를 외국 업체가 표준화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구글은 그림문자를 세계 공통의 문자코드인 유니코드로 부호화, 부호화에 필요한 데이터를 공개함으로써 자신이 보낸 그림 문자를 받는 사람도 똑같은 그림문자로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컴퓨터에서 작성한 메일 내용과 그림문자를 휴대폰에서도 똑같이 볼 수 있고, 검색을 통해 각종 그림문자를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일본 고유의 그림문자가 세계 표준으로 정착돼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언어와 글에 관계없이 상대방과 그림문자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날도 그리 머지않은 것 같다.

도쿄(일본)=이왕재 일본IT 전문 블로그(하테나) 운영자 hate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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