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종 구조조정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기대감이 불안감으로 바뀌고 있다.
이달 들어 대만 등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한계에 도달한 자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업계 1, 2위로 구조조정의 반사이익이 기대되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정부 개입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대만, 독일 등 정부들은 한계에 도달한 자국 반도체 기업들에 본격적인 금융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현금 고갈에 달한 독일의 키몬다는 주정부와 인피니온, 포르투갈 소재 은행으로부터 3억2500만유로를 지원받기로 했다. 향후 1억5000만 유로를 추가적으로 차입할 예정이다. 한국의 하이닉스도 유상증자(3516억원)와 5000억원 규모의 차입을 통해 8516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후발주자들간의 합병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엘피다는 대만의 파워칩, 합작사인 렉스칩 및 프로모스와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프로모스는 내년 2월까지 상환해야 할 채무가 약 3억4000만달러지만 대만 정부에 이미 자금지원을 요청했고, 마이크론과도 협상 중이다.
대만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기업간 합병을 요구하고 있다.
김장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각국 정부들의 자국기업 지원으로 한국 업체들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던 전망들이 수정되고 있다”며 “엘피다를 통해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통합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대했던 글로벌 구조조정 예상 시나리오가 달라지면서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대한 주가 매력도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30일 현대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 상회(Marketperform)’로 하향 조정했다.
업체들의 감산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와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에 이런 기대감이 이미 반영돼 있는 반면 경쟁사들의 주가는 그동안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상승 폭이 클 것이란 점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점점 축소되고 있는 시장점유율이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업종의 중장기적 모멘텀은 2위 그룹간 인수합병의 무산, 후발업체 도산 등 의미있는 구조조정이 가시화”라며 “다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미미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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