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가 게임 심의 수수료를 최대 10배 이상 올리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게임위는 최근 심의 분야 세분화와 심의 수수료 인상을 골간으로 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는데, 이에 따르면 온라인 롤플레잉게임(RPG)은 심의 수수료가 기존 13만원에서 135만원으로 무려 10배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또 1인칭 슈팅·캐주얼 액션·어드벤처·시뮬레이션 같은 온라인게임은 13만원에서 90만원으로, 포커와 고스톱 등 웹보드·비행슈팅·스포츠 등 온라인 게임은 13만원에서 67만5000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모바일 게임 역시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RPG가 3만원에서 31만5000원으로 10배 가까이 많아지며, 네트워크 기능이 포함된 1인칭 슈팅·캐주얼 액션·어드벤처·시뮬레이션 등 모바일 게임은 3만원에서 14만원으로 뛴다. 이 밖에 보드·비행슈팅·스포츠 같은 모바일 게임 역시 네트워크 기능 유무에 따라 기존 3만원에서 각각 10만5000원과 4만5000원으로 인상된다.
심의를 받는 모든 게임의 수수료가 하나도 빠짐없이 큰 폭으로 뛰어오르는 것이다. 이번 안은 새해 1월 7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2월 본격 시행된다. 이 안을 마련하기 위해 게임위는 지난해 연구 용역을 발주했으며 최근에는 관계부처의 승인도 받았다고 한다. 물론 게임위가 심의 수수료를 이처럼 큰 폭으로 올린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과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임위 설명처럼 게임 심의 수수료는 10년 전인 1999년 영상물등급위원회 시절 책정돼 현실과 동떨어진 면이 확실히 있다. 그러나 그렇다 치더라도 새해 경기가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심의 수수료를 최고 10배 이상 올리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연매출이 수백억원 하는 대형 게임업체야 그나마 괜찮겠지만 신생 영세업체들에는 수십만원의 수수료 인상이 여간 부담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업계는 “국내외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이처럼 대폭 인상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반발하며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게임산업 진흥안조차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6년 10월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만들어진 게임위는 게임에 대한 심의 및 등급 부여와 사후관리를 주 업무로 하는 곳이다. 출범 후 지난 2년여간 사행성 도박 근절과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에 앞장서 왔다. 이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게임위 홈페이지를 보면 “업계와의 대화 창구를 활짝 열고,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위원회가 되겠다”며 업계 의사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인상안도 게임위는 다시 한 번 업계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미국·유럽 등 선진국처럼 게임심의를 민간에 넘기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사실 게임만큼 우리 사회에서 애증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는 것도 드물다. 산업적으로 영화의 40배 규모면서 자동차 40만대 수출효과와 맞먹는 10억달러 정도를 매년 수출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사행성과 과몰입 때문에 눈총받기 일쑤다. 현재 정부는 게임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2012년까지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업계 사기 진작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게임 심의 수수료 인상도 적정성 여부를 다시 한번 검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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