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갯속을 걷는 대만 언론

 대만언론의 ‘삼성 견제’가 도를 넘어섰다. 대만 반도체와 LCD 업계의 위기로 인해 대만정부가 긴급 지원에 나선 가운데 대만 언론들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한국 업체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추측성 보도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외신들은 이달 초 세계 최대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업체인 미국의 자일링스가 대만 UMC에 맡겨왔던 칩 제조를 삼성전자가 수주할 것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이 업체는 알테라와 함께 파운드리 분야의 큰손으로 불린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위탁 생산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기본적인 방침을 밝혔지만 대만 디지타임스는 26일(현지시각)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업체 TSMC의 인력 빼가기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TSMC의 몇몇 부서가 삼성전자의 타깃이며 이 인력의 필요성이 자일링스 주문 수주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는 것이다. 또 비용절감을 위해 TSMC 직원들의 임금이 15% 이상 줄어든 이 시점을 가장 좋은 인력 빼가기의 시점으로 삼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움직임을 증명할 사실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추측성 기사가 남발하고 있다. 지난 19일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의 TFT LCD 팀 ‘톱레벨’ 관리자가 새해 초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 침체로 LCD시장이 부진하기 때문에 경영진을 재구성한다는 짧은 내용이지만 이 사실을 입증할 만한 사실은 기사 어디에도 드러나 있지 않아 답답한 마음마저 든다.

 하루하루 민감하게 전개되는 최근의 경제 상황 속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외국업체를 두고 근거 없는 주장을 마구 쏟아내는 대만 언론을 보고 있노라면 자국 위주의 국수주의를 넘어 ‘흠집내기’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모든 게 불안하고 믿을 게 없는 세상이라지만 언론마저 마구 쏟아내는 ‘설’들에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이동인기자<국제부>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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