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기어드 모터서도 매운 맛 보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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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율이 70%도 안되면 모터라고 부를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제품이 1년에 수천억원씩 수입되고 있으니 얼마나 황당합니까”

최근 열린 ‘2008 부품소재기술상’에서 최고 영예인 석탑산업훈장을 받은 이준호 에스피지 부회장은 만나자마자 이렇게 한탄했다. 이 부회장이 지적한 제품은 LCD, PDP 전자동라인에 사용되는 200W 이상 동력용 기어드 모터다. 유럽, 일본에서 수준 이하의 제품을 연간 1800억원어치나 들여온다. 변변한 국산 제품이 없어서다.

지난 1991년 에스피지를 설립, 일본에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소형 기어드 모터 국산화에 성공한 이준호 부회장은 새해를 맞이해 목표를 세웠다. 200W 이상 동력용 기어드 모터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과거 IMF가 회사의 전환기였다”면서 “외환위기 때마다 우리에겐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환율상승에 따라 홀대받던 국산 제품이 가격에서 해외 경쟁사를 압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엔화, 달러가 많이 오른 상태에선 해볼만한 싸움이다.

 이 부회장은 이어 “품질만 높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그렇다면 소형에서 중형으로 제품군 확대는 무난한 것일까. 200W 이상 동력용 기어드 모터는 중형 제품으로 에스피지가 해왔던 소형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 부회장의 대답은 명쾌했다. “작은 것을 만들면 큰 것을 만들 수 있지만 반대는 힘들다”면서 모터 가공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중형제품이 쉽다고 힘주어 말했다.

매출 800억원의 탄탄한 회사로 성장한 에스피지와 모터는 이 부회장에 자식과 같은 존재다. 잘커온 자식을 보는 것처럼 그의 마음도 뿌듯하다. 그는 “중국에서도 에스피지 모조품이 나온다”면서 “일본의 유명회사 제품들을 따라하던 그들이 이제는 우리 것을 베끼고 있다”고 했다. 나라 밖에서도 에스피지가 유명세를 타고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남들은 새해가 오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에스피지는 겁날 것이 없다. 이 부회장은 “세계 모터시장의 파이는 줄었지만, 새해에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비중은 더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움츠리기보다는 기지개를 펴고 더욱 공격적으로 제품 마케팅에 나설 것이다. 물론 이러한 활동에는 에스피지 직원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이 앞장선다.

‘우리가 만들면 수입하던 제품도 ‘메이드인코리아’로 바꿀 수 있다’는 그의 강한 자신감이 새해에 얼마나 빛을 발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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