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번역기 만들려다 영어교재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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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언어학자로 살 줄 알았다. 90년대 초 국비유학생으로 핀란드로 유학을 떠날때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중년이 된 지금. 영어교육에 있어서는 내로라하는 콘텐츠를 가진 벤처기업의 사장이 됐다. 언어과학 정도상(48) 사장 이야기다.

 정 사장이 만든 ‘뿌리영어’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주최로 열린 ‘2008 이러닝 콘텐츠 품질인증’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정 사장은 “시상 첫회에 받은 상이라 매출로 연결되지 않으면 상의 의미가 퇴색할까 더욱 부담이 크다”며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데다 내년 확대될 전국 어학실 및 체험교실 관련 대상 학교만 2700개로 해볼만하다”며 자신감을 비쳤다. 실제 언어과학은 올해로 흑자 3년째에 접어들었고 영어교육교재 부문에서 각 초등학교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이는 언어과학 콘텐츠의 탄탄한 기본기와 구성원들의 책임감 있는 영업 덕분이다. 사실 언어과학이 영어교육 콘텐츠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지는 만 7년. 정 사장이 언어과학에 연구소장으로 입사할 때만 해도 언어과학은 서울대 출신 언어학, 컴퓨터공학 전공자들이 모여 만든 통·번역기 벤처회사였다. 정 사장은 핀란드에서 우랄어를 전공한 언어학 박사다. 지금도 대학에 출강 중이다.

 언어과학은 2002년 정 사장 취임 이후 영어교육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 사장은 “통·번역 콘텐츠에 대한 열정은 뛰어났지만 기술이 턱없이 부족해 실패했다”며 “언어과학이라는 회사를 그대로 묻기 싫어서 가진 기술을 토대로 획기적 영어교육 교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교육산업에 들어섰다”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사업 방향을 바꾸니 기존 통·번역 기술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어학 교정 ‘원천기술’이 됐다. 좋은 기술을 토대로 정 사장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콘텐츠를 개발했다. 여기에 문자가 아닌 소리를 중심으로 하는 능동적인 영어교육 시장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도 첨가돼 지금의 ‘뿌리영어’ 시리즈가 탄생했다. 고객인 초중등 학교와 대학을 정 사장이 직접 ‘무식하게’ 찾아다닌 것도 지금의 언어과학을 만들었다.

 언어과학은 현재 공교육을 중심으로 어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사교육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회사 장기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정 사장은 “이미 콘텐츠는 준비됐고 공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승산이 있으리라 본다”며 “학습관리시스템부터 어학까지 종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B2B 형태로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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