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임요환이 돌아왔다. 한국 e스포츠의 대명사인 임요환은 지난 21일 26개월 동안의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인으로 돌아왔다. 수많은 팬은 황제의 귀환을 반겼고 성장세가 한풀 꺾인 e스포츠 시장에서는 그를 가뭄의 단비로 여기고 있다.
기대는 높지만 황제는 스스로를 낮췄다. 제대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임요환은 자신의 현주소에 대해 “실력은 없는데 명성만 있다”며 “초심을 잃지 않는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임요환은 자신의 실력이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중 60∼70위라고 말했다. 각종 대회를 휩쓸던 과거에 비해서는 꽤 인색한 평가다.
최근 e스포츠는 종목도 다양화되고 저변도 넓어졌지만 선수들의 생명은 여전히 짧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전성기다. 반짝 스타는 많아졌지만 1, 2년을 넘기기 힘들다. 이러한 현실이 임요환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일각에서 곧 지도자로 전향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SK텔레콤과 계약이 남아 있는 기간 동안에는 반드시 선수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가능하다면 30대 중반까지는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임요환이 이처럼 선수 생활에 집착을 보이는 이유는 본인 자신뿐 아니라 팀과 더 나아가서는 e스포츠 전체를 위해서다. 띠 동갑도 있는 후배들과 함께 호흡하며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다. 꾸준한 성적을 내면 30대 프로게이머도 가능하다는 인식을 e스포츠 전체에 심어줄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얇은 공군에 비해 SK텔레콤은 최고의 프로게임단이다. 당연히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임요환은 “개인적으로 승부욕이 강하기 때문에 후배들과의 경쟁 체제가 적용이 되더라도 충분히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는 “물론 현시점에서는 후배들을 끌어올리면서 팀의 성적을 높이고 그런 과정이 마무리되면 경쟁을 시작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상태에 관해서는 “기본기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며 “이제는 기본기를 다지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임요환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시즌 후반부에는 팀을 포스트 시즌까지 끌고 가서 우승을 시키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꼭 개인리그 우승을 다시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미 프로농구의 전설인 매직 존슨은 지난 95년 36세의 나이로 코트에 복귀했다. 경기 성적은 전성기에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팬들은 에이즈에 걸리고도 농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매직 존슨을 사랑했다.
황제 임요환이 돌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e스포츠의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은 매직 존슨의 사례에서 짐작할 수 있다. 임요환의 긴 호흡, 강한 걸음은 이제 막 시작됐다.
장동준기자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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