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R&D 투자비율, 대기업의 두배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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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제의 성장원인 벤처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4%대까지 상승했다. 이는 대기업의 두 배, 일반 중소기업의 네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23일 벤처산업협회가 1000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벤처기업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벤처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4.2%로 대기업(2.2%)과 중소기업(1.1%)을 크게 상회했다. 벤처기업의 R&D 투자 비율은 2006년 3.8%에서 지난해 4.2%로 0.4%포인트(P) 상승, 같은 기간 0.1%P 하락한 대기업, 동일한 비율을 유지한 중소기업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실태조사를 주도한 한정화 벤처산업연구원장(한양대 경영대 교수)은 “벤처기업들이 기술집약적 특성을 반영해 R&D 활동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이들의 R&D 투자가 사장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내수와 해외 시장 확대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R&D 투자 비율 상승과 달리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벤처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06년 16.1%였으나 지난해는 13.8%로 하락했으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역시 6.9%(2006년)에서 6.8%(2007년)로 낮아졌다. 그러나 이 증가율은 여전히 대기업(매출액 10.2%, 영업이익률 6.7%)과 중소기업(매출액 7.8%, 영업이익률 4.5%)보다는 높았다.

 1000개 벤처기업의 평균 직원 수는 30.2명으로 2006년 28.0명에 비해 2명가량 늘었다. 특히 R&D 부문은 2006년 5.8명에서 6.6명으로 비교적 큰 폭 증가했다. 관리와 영업직은 각각 5.3명과 3.4명이었다.

 벤처기업의 재무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부채비율과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24.1%와 44.6%로 전년 대비 부채비율은 2.1%P 증가하고, 자기자본비율은 0.4%P 낮아졌다. 그러나 협회 측은 이 비율이 여전히 일반 중소기업보다 건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주요 자금조달원으로는 일반금융이 43.7%로 가장 높았으며 정부 정책자금 21.2%, 벤처캐피털 2.9%, 상장(IPO) 0.9% 등의 순이었다.

 자사의 기술 수준이 ‘세계 유일’이라는 응답은 6.7%였으며 ‘세계 최고 수준’은 32.4%, ‘세계 최고 수준에서 약간 미흡’은 44.9%로 나타났다. 핵심기술 부문으로 IT가 58.5%를 차지, 가장 많았으며 ET(환경기술·16.9%), BT(10.0%), CT(7.5%), NT(5.1%)의 순이었다.

 대기업과 협력관계 여부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인 53.8%가 ‘경험 없다’고 대답했다. 대기업에 납품 중인 업체는 28.1%였으며, R&D와 기술개발을 공조하는 기업 비율은 12.6%였다.

 벤처 창업 걸림돌에 관해서는 ‘자금 조달 어려움’이 31.2%로 가장 높았으며, ‘안정적 직장에 대한 요구 증대’는 18.2%, ‘내수시장 침체’가 17.3%로 뒤를 이었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벤처 제품에 대한 구매조건부 기술개발 정부사업 확대(60.9%)와 국책 R&D과제 벤처 참여확대(58.3%) 등을 요청했다.

 서승모 벤처산업협회장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벤처기업이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거쳐 국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경제발전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매김한 것을 보여줬다”며 “이들의 역할증대를 위해 자금 조달·인력 수급·기술경쟁력·글로벌 시장 진출 등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진호·김준배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