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상가 ‘신용거래’ 자취 감춘다

 용산전자상가에서 ‘신용 거래’가 사라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금융위기 및 실물경기 악화로 소비심리가 곤두박질치면서 폐업·휴업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모니터·PC 등 IT 총판업체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금거래를 늘리는 한편, 기존 한 달 이상을 유지해왔던 ‘외상 거래’를 크게 줄이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총판과 판매점 사이의 거래에서 평균 한 달 이상 외상매출금을 잡고 거래해왔으나 최근 소비심리 악화로 현금 거래를 늘리고 있다.

 용산전자상가에서의 기업 간 거래는 환금성이 좋은 CPU, 메모리 등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는 ‘외상’ 거래가 일반적이었다. 총판이 판매점에 보름이나 한 달 등 결제 시한을 정해놓고 물건을 준 뒤 어느 정도 매출이 일어나면 대금을 회수하는 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같은 외상거래가 60% 이상 줄었다. 외상거래를 도맡아 진행해왔던 IT 총판업체 10곳 가운데 6곳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용산에서 IT 유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원컴퓨터는 B2B 부문은 외상거래를 유지하고 있지만 B2C는 역구매카드(캐시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새해부터는 B2B 외상 거래도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다.

 홍태화 대원컴퓨터 상무는 “예전에는 용산에서 외상 거래를 많이 해왔지만 불황이 악화하면서 외상 거래를 역구매카드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석동 용산가전도매협의회장도 “용산 업체 대부분이 믿고 제품을 넘길 수 있는 거래처가 아니면 외상 거래는 하지 않고 있다”며 “부도를 내고 밤에 도망치는 업체가 늘면서 용산상가의 신용은 땅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노트북PC 및 PC 부품, 주변기기 유통업체도 우수고객을 제외한 모든 거래는 현금 결제로 변경했다. 메인보드 하드디스크 총판 관계자는 “예전에도 일부 판매점을 대상으로 현금 당일 결제를 진행했지만, 현재는 거의 100% 현금 결제로 돌아섰다”며 “매출은 줄었지만 경기 악화로 업체 간 신뢰가 무너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용산을 찾는 소비자의 발길이 끊기면서 신용경색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고 매장을 철수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PC 전문상가인 선인플라자에는 전체 1300여개 업체가 입점해 있지만 아직도 67곳이 비어 있는 상태다. 일부 그래픽카드 업체 및 PC 주변기기 업체는 휴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진전자월드도 10동과 12동 휴대폰상가 일부 매장이 공실로 남아 있다.

 강평구 나진전자월드상우회장은 “부도를 내는 업체가 많아지면서 상인들 간 외상거래가 급속히 축소되고 있다”며 “신용거래를 하더라도 거래기간이 상당부분 단축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동석·차윤주기자 d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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