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천만금을 줘도 바꾸지 않을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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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마다 외신 보기가 두렵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라고 안부라도 물어야 할 지경이다. 잘나가던 대형 IT 기업들이 수천명씩 직원을 정리해고(lay off)하고, 비용을 삭감(cut)한다는 뉴스가 태반이다.

 온통 사람 밀어내기에 바쁜 기업들 틈에서 유독 사람 자랑이 늘어진 업체가 눈에 띈다. 애플이다. 지난 수개월간 ‘건강 악화설’을 부채질한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야윈 외모 탓에 ‘포스트 잡스’ 시대를 염려하는 마니아가 적지 않았다. 그만큼 회사의 아이콘인 잡스가 없는 애플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EO 브랜드’가 가장 효력을 발휘하는 기업이 애플인 것 같다.

 하지만 포스트 잡스를 염려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최근 외신들은 잡스 이후 경영을 책임질 애플의 스타급 인재를 조명했다. 애플의 혁신 디자인을 창조하는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부터 아이폰의 성공으로 급부상한 스콧 포스털 부사장, 경영의 귀재인 팀 쿡 최고경영담당(COO)까지 화려한 진용이 포진해 있다. 넉넉한 인재 풀이 애플의 미래를 담보하고 있다.

 애플의 사례가 ‘당분간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우리 대기업들의 얼마 전 발표를 떠올리게 한다. 이미 IMF를 거치면서 혹독한 구조조정 한파를 거친 우리 기업은 추가 대량 해고보다 ‘일당백’ 인재 양성에 집중한다는 분위기다.

 이 같은 정책이 빛을 발하려면 애플처럼 중장기적 시각으로 ‘사람 키우기’에 투자해야 한다. 당장의 비용 절감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는 자가 살아남는다.

 잡스가 서운해할 이야기지만 외신들은 ‘잡스가 없어도 애플은 전혀 문제없다’고 전한다. 이미 사람에 대한 투자로 공고한 ‘애플의 성’을 쌓아 놓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특히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을 “1000만달러를 줘도 바꾸지 않을 사람”으로 표현한다. 우리 기업에는 이런 국보급 인재들이 얼마나 있는지, 새삼 부러울 따름이다.

  김유경기자<국제부>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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