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코리아](6·끝)전문가 좌담회-우주산업 활성화 방안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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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김승철 대한항공기술연구원 우주개발팀장

-박성동 쎄트렉아이 대표

-박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이상 가나다순)

-사회: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협력부장

<전문>

내년 국내 과학기술계의 키워드는 ‘우주’다. 과학기술위성을 실은 소형위성발사체(KSLV-1)가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통신해양기상위성이 지구 상공으로 올라간다. 10월에는 전 세계 50여개국이 참여하는 세계우주대회(IAC)가 예정돼 있다. 또 UN이 정한 ‘세계 천문의 해’기도 하다. 이에 전자신문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의 공동기획 마지막 순서로 전문가를 초청, 우리나라 우주분야 연구개발(R&D)과 산업을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회(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협력부장)=우리나라가 첫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발사한 이후 다목적실용위성 1, 2호 발사까지 나름대로 성공적인 길을 걸어왔다. 오는 2010년에는 다목적실용위성 5호 및 과학기술위성3호, 2011년에는 다목적 실용위성 3호 발사를 목표로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소형 위성발사체 KSLV-1의 발사 준비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우주 관련 R&D와 산업을 발사체와 위성, 달탐사 등으로 나눠 볼 때 인공위성 분야 R&D는 어느 정도 된 것 같다. 당면과제를 꼽으라면 위성의 산업화와 달탐사, 발사체의 기술자립화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현안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고, 국내외적으로 어떻게 대응해 가야 하는지 전반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박철(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우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위치가 중요하다. 미국도 처음에는 항공우주 부문 연구를 여러 기관에서 하다가 나중에 미 항공우주국(NASA)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NASA의 기관장 직위가 장관급보다 더 높다. 한국으로 보면 부총리급이다.

3개 부처가 NASA의 특별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다른 부처가, 예를 들어 5만달러를 자체 집행할 수 있다면, NASA는 그보다 10배는 많은 500만달러까지 전결처리 할 수 있는 그런 식이다. 그만큼 혜택을 주고 있다. 감사도 그냥 브리핑만 받고 간다고 할 정도로 특혜가 많다. 그런 것 없이 우주 사업은 안 될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우주분야는 인간이 하는 가장 어려운 기술이고, 따라서 예외를 두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군도 NASA 내에 있다. NASA는 슈퍼 캐비닛이다.

◇사회=우주개발에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말로 이해한다. 또 강력한 추진체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러나 항우연은 아직까지 추진체계가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우주 에이전시는 나라마다 좀 다르다. 러시아는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고, NASA는 연구조직과 행정조직이 함께 공존한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우주개발만을 전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박성동(쎄트렉아이 대표)=우리나라도 미국처럼 NASA 조직이 필요한 것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항우연의 연간 예산 3600억원으로는 무리다. 청 단위로 가려면 최소 1조원, 공무원 수만 최소 수백명은 돼야 한다. 우리에게 맞는 조직을 갖추기 위해 현실적으로 먼저 예산부문을 해결해야 한다.

항우연의 우주관련 R&D 예산이 산업계의 예산 몫(파이)을 줄이는지, 아닌지 하는 논란도 있다. 항우연에 귀속되는 예산에는 인건비와 시설비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제는 얼마 안 될 수 있다.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면 우주개발의 당위성과 설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예산을 집행할 단일 조직이 필요하다.

◇사회=R&D 예산을 보면 미국은 전체 R&D의 10%가 우주예산인 반면에 우리는 3%에 불과하다. 또 인건비를 따로 분리해, 직접비 중심으로 예산이 편성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주개발 체계는 나라마다 다르다. 우주개발을 통합적·범부처적으로 강력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정부의 행정조직에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독일처럼 에이전시 기능만을 별도 부여하는 방안에 관한 스터디가 필요하다.

◇김승철(대한항공기술연구원 우주개발팀장)=체계는 국가의 기술력과 관계가 있다. 발사체는 이제 시작하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부문은 항우연이 깊게 관여하고, 위성과 같이 어느 정도 되는 분야는 산업 쪽이 더 깊이 관여했으면 좋겠다.

설정, 기본설계 및 미래 기술 선행 연구,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험시설 구축 및 업체 대여 역할을 수행하고 산업체는 상세설계나 제작 및 시험평가, 해외수출 등의 역할을 맡아 서로 분담했으면 한다. 또 산업체의 기술력을 선진국 수준까지 끌어 올리기 위해 산업체의 개발기술 수준에 따라 적정자격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일정기간 정부의 우주관련 개발사업에 우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식의 전문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사회=인공위성 분야는 기술적인 축적이 이루어졌고, 산업도 형성돼 있다. 위성 산업화의 비전과 지원, 상호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달라.

◇박성동=소형위성은 턴키 시스템으로 수출까지 이뤄졌고, 다목적실용위성 1, 2호는 직·수신 지상국을 설치한 것이 산업적인 성과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다목적실용 위성 참여 국내 기업이 위성의 서브시스템 레벨에서 수출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분석해보면 항우연이 시스템을 맡고, 기업이 서브시스템을 담당하는 구조로는 기업이 해외에 나가서 돈 벌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기업이 전체 총괄하는 엔드 쪽에 있어야 가격 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위성을 팔아서는 한계가 있다. 위성 제조 시장보다는 서비스 시장이 크다. 유럽도 80%의 예산을 정부가 대고, 기업이 20% 투자하고 있지만 정부가 쓰는 리소스 외에는 모두 팔 수 있게 업체에 권한을 주고 있다. 그래야 서비스나 응용분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오는 2016년부터 다목적실용위성을 산업체가 하도록 계획돼 있지만 좀 당겨지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항우연도 수출을 위해 산업체로 넘기는 방안과 연구소 기업이나 컨소시엄 형태 등을 고민 중이다. 해외에 수출할 때 제조와 서비스 응용분야를 같이 묶는, 위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지상국이나 SW 등 토털 솔루션 사업화도 가능할 것 같은데, 국내 기업의 특성을 보면 별도로 돼 있는 것 같다.

◇박성동=아랍과 말레이시아 위성 수출 건은 지상국과 함께 턴키 베이스로 했다. 서비스 개념까지 만들어 고객이 돈을 벌게 만들어줘야 사업이 된다. 우리가 UN에 경제원조할 때, 예를 들어 필리핀이 통신해양기상위성을 쏜다면, 지상국을 그 자금으로 건립해 주는 방식을 예로 제안하고 싶다.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길이다.

◇사회=내년 발사체 KSLV-1을 우리나라에서 발사한다. 이 발사체의 총조립을 대한항공이 맡아 하고 있다. 현안이나 전망은.

◇김승철=발사체 KSL 시리즈는 2000년 초에 했고, 내년 발사할 KSLV-1 기술은 산업화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기술력을 키울 단계다. 산업화가 아직 멀어 민간기업 참여도 사실 힘든 형편이다.

대한항공은 우주개발팀을 지난 10월 신설했다. 이 분야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위성체 경험을 발사체에 적용시키면 쉽게 될 것도 같다. KSLV-2 개발 계획에 따라 투자계획과 인력 충원계획을 지난해 세워 놨는데, 갑자기 보류돼 산업체에서 해도 되는지 의구심도 든다. 향후 추진할 KSLV-2 개발에서 얼마만큼 산업체에 역할을 주는지에 따라 달라 질 것이다.

◇사회=KSLV-2는 예비타당성 검토단계에서 상세계획을 보완하라는 결론이 난 것으로 안다. 그래서 시간이 다소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문제도 있고, 예산도 많이 들어가 ‘발사체를 해야 하느냐’는 말도 일각에서 나온다.

◇박철=우주사업은 처음부터 수지가 아니다. 뒤집어 말하면 국가기술 올림픽 ‘쇼’다. 올림픽에서 메달 따면 효과 있지 않나. 우주산업은 인간이 하는 것 중 가장 어려운 기술 분야다. 그래서 우주사업을 하는 나라가 인정받는 것이고, 그런 나라의 제품 값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주사업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과학자가 제안하는 것을 다른 기관이 검증한다. 그러나 미국은 R&D할 것인지 말 것인지 만들어와서 과학자들에게 제시한다. 경제 문제를 보고, 과학자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과제를 전략적으로 결정해 놓고 형식적인 토론회 등을 갖는 일도 허다하다.

◇사회=우리나라 달탐사 계획은 2020년 달 궤도선을 보내고, 2025년 착륙선을 보내는 것으로 돼 있다. 발사체는 독자 개발한 KSLV-2로 돼 있다. 올해 NASA가 국제 공동 달 탐사 프로그램(ILN)에 따라 소형 달착륙선을 보낼 계획이고, 우리나라도 지난 7월 항우연과 KAIST, 천문연구원이 서명했다. 한국과학재단의 예비타당성 검토 결과가 내년 2월 나온다.

◇박철=달탐사 프로그램 같은 것을 하면 국가 전체의 기술력이 올라간다. 효과가 분명하다.

◇김승철=하나 덧붙이면 국내 산업체 육성 및 기술축적을 위해 민수 소요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실정상 적절한 크기의 정부 소요물량 창출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장기적이고 신뢰성 있는 국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산업체가 장기 계획 아래 시설 투자 및 인력 충원 등 산업화를 위한 저변 확대가 가능하다.

◇사회=UN의 우주조약, 달 조약 등에 우주는 인류 공동의 유산이어서 소유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달에 갈 능력을 보유한 국가는 어느 곳도 서명하지 않았다. 그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정리=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