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연구개발(R&D) 효율화를 위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프로그램 디렉터(PD)’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연구과제 기획에서 평가와 관리, 확산 같은 R&D 모든 과정을 민간전문가가 상시 책임지는 것인데 독일과학재단 같은 해외 유명 과학재단은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지경부는 소프트웨어·로봇 같은 13개 기술 분야에 이 같은 PD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서류 전형과 면접을 거쳐 새해 2월께 적임자를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정부 R&D는 분야별 기술위원회가 과제를 기획하면 산업기술평가원이 관리와 평가를 하고 또 기술거래소가 사후 관리와 성과 확산을 맡아 왔다.
하지만 이번에 지경부가 선정한 소프트웨어 등 13개 분야는 PD제가 도입되면 민간 PD가 각 기관의 도움을 받아 전체 진행 과정을 책임지게 된다. 민간 PD가 R&D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총괄하는 것이다. 그만큼 R&D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또 민간 전문가가 책임을 지므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하지만 민간이 연구하기 힘든 대형 과제가 정부 주도로 연구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평가할 만하다. 올해 정부 R&D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었다. 지난 수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투자 대비 성과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기초·원천기술의 민간 이전이 미흡하다고 계속 지적받음은 물론이고 중복 투자 시비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정부도 국가 R&D에 고유번호를 붙이고 민간 분야의 ‘계약’과 같은 책임개발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여러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경부가 마련한 PD제도도 이 같은 정부의 R&D 개선 일환으로 여겨진다. 더구나 지경부의 R&D 예산은 4조원가량이나 되며 전체 정부 R&D 예산의 35% 이상이 차지하고 있다. 어느 부처보다 효율적인 R&D 예산 집행이 요구되는 것이다. 국가 R&D에 민간 전문가를 고용해 효율성을 높이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옛 정통부와 산자부 때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 당시 이들 두 부처는 프로젝트매니저(PM)와 전문위원제 같은 민간전문가 활용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그다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정통부의 PM제도만 보더라도 “이중 보고로 오히려 연구 업무의 비효율을 초래한다”거나 “연구실적이 관리 부재 때문에 나오는 것이 아닌데 시어머니만 생기는 격”이라는 비난에 직면했었다. 과거의 이들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지경부는 새 PD제가 단순히 관리자를 하나 더 양산하는 옥상옥이 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행히 지경부는 “과거에도 민간전문가가 정부 R&D 관리를 수행하는 유사제도가 있었으나 일부 PM과 전문위원이 편향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밝혀 과거 제도에서 ‘학습효과’를 거둘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연구개발 PD제는 지경부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으로 지난 4월에도 민관 공동 R&D 워크숍에서 PM제 도입 등을 논의 한 바 있다. 그동안의 예에서 보듯 사실 민간 전문가가 행정부에 들어가 안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지경부의 이번 PD제가 좋은 성과를 냈으면 한다. 그래서 국가 R&D의 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다른 부처에도 자극을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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