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내내 한국 경제를 괴롭혔던 유가가 30달러대로 내려 앉으며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과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 경제로서는 원가절감의 호재라고 할 수 있다. 한때 1500원까지 갔던 원달러 환율도 1300원 선으로 내림세를 보여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유가는 해외 경제 침체에 따른 것이어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2.35달러 하락한 배럴당 33.87달러에 마감됐다. WTI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한때 배럴당 32.40달러까지 떨어져 2004년 2월 이후 4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종가 기준으로 7월 14일 145.1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5개월 만에 77% 하락한 것이다. 또 지난달 20일 배럴당 50달러 선이 무너진 이후 한 달도 안 돼 40달러선마저 붕괴될 정도로 최근의 유가 하락폭은 가파르다.
이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배럴당 20달러도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0달러를 예상했던 것의 10분의 1 수준 유가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17일 역대 최대인 하루 평균 22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하고 미 달러화 가치도 최근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급락세를 지속하는 것은 유가 약세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유가하락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3대 경제권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동반 경기침체에 빠질 정도로 심각한 세계 경제 상황과 이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 때문이라는 점이 우려감을 더하고 있다. 유가 하락이 장기화하게 되면 물가 하락 속에 경기는 침체하는 디플레이션이 올 우려가 있고 이는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하락 속에 원달러 환율도 하향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닷새 연속 약세를 보이며 전일보다 2.0원(1.15%) 내린 12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11월 말까지만 해도 1469.0원을 기록했지만 12월 들어 급락세로 돌아섰다.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미·일·중과 통화스와프 계약이 잇따라 체결되면서 외환시장에 풀 수 있는 자금이 900억달러가량 확충됐기 때문이다. 또 12월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5865억원(18일 기준)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는 점도 원화 강세의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당분간 1300원 선을 넘나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하락세가 강화되면서 1200원대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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