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보화 사업 조달 체계 개선해야

 조달청이 중소기업의 컴퓨터 구매를 올해 819억원에서 새해 1380억원으로 늘리는 등 새해 조달사업의 72%가량인 20조원을 중소기업에 집행하기로 했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이번 조치는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반갑기 그지없다. 우리 경제의 99%나 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현재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경제상황으로 어느 때보다 힘들어 하고 있다. 대기업도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대기업은 자금과 인력 면에서 중소기업보다 나은 게 사실이다.

 경기 둔화와 자금 경색으로 이미 중소기업의 부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에 창업 열기는 차갑게 식어 신설법인 수가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부도가 그동안 매월 200개 안팎이었는데 지난 10월 300개를 넘은 이후 11월에도 300개에 육박했다.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결국 중소기업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기술개발과 판로 개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한계를 감안하면 정부가 앞장서 중소기업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구매력을 최대한 활용해 중소기업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조달청의 이번 조치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제품 우선 구매액이 올해 1조5000억원에서 내년 2조원으로 늘어나고 해외공관 홈페이지에 국내 기술개발제품 영문 카탈로그가 게재된다고 한다. 또 중소기업의 공공판로가 확대되는 한편 중소기업 제품의 공동 애프터서비스(AS)망도 구축된다고 하니 여러모로 기대가 된다. 이번 기회에 조달청은 중소IT기업의 비난을 받고 있는 정부조달서비스도 개선해주기 바란다.

 지난 8월 행정안전부가 공정성을 기한다는 이유로 정보화사업 조달을 조달청에 이관한 이후 저가 낙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 육성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대표적 지식산업인 전자정부가 기술은 소외된 채 가격이 결정 변수가 되는 저가 경쟁으로 치닫는다면 그 피해는 국가와 국민이 당해야 한다.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짐은 물론이다.

 조달청의 정보화사업이 이처럼 왜곡된 데는 무엇보다 심사 시간과 심사위원들의 전문성 부족이 한 이유다. 한 업체당 20∼30분 안팎의 심사시간으로 기술력 있는 업체를 고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에 심사위원의 업무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기술보다는 가격과 업체 규모 같은 비교적 쉬운 항목에 기준이 맞춰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명이지만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보다는 브랜드 파워가 큰 대기업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보화 사업이 조달청으로 이관된 지난 몇 개월간 대기업 계열사가 거의 수주하는 문제점을 보인 바 있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업무에 밝은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선정하는 것 등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예가의 몇 % 이하는 낙찰이 안 된다는 하한선을 설정, 저가 낙찰에 따른 출혈경쟁을 막아야 한다. 조달청은 더 이상 정보화사업에서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설 곳이 없다”는 소리가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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