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당선 1년 ‘불안한 희망’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이명박 정부 국정과제

  ‘불안한 희망.’ 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다. 19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날이다. 생일이자, 결혼기념일이다. 겹경사지만,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가족과 함께 지낼 예정이다. 경제 전선에 먹구름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48.7% 대선 득표율과 530만표 차이로 정동영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이 대통령. 그에게 국민은 경제살리기와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할 것에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희망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경제는 반드시 살리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삼청동 인수위에도, 한나라당 당사 외벽에도 이 슬로건이 내걸렸다. 한나라당 당사 대형 현수막에는 “경제! 살리겠습니다”는 슬로건과, 이 대통령 상반신 대형 사진이 함께 인쇄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현수막에서는 이 대통령 사진이 사라졌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은 ‘경제를 살려줄 것’에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첫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인수위는 경제 살리기 정책 수립보다는 정부조직 개편에 몰입했다. 새정부 통치철학에 맞춰 정책을 함께 고민해야 할 공무원들은 부처 살리기에 매진했다. IT산업을 이끌어온 정보통신부는 방송통신위원회로 편입됐다. 과학기술부도 교육부와 흡수 통합됐다. 여성부, 통일부, 보건복지부 등 해체될 것이라던 대부분 부처는 용케 살아남았다. 그러나 세계 최고 정보화를 구축했다고 칭찬받던 정통부, 과학기술 혁신을 주도했다는 과학기술부는 사라졌다. 1249억달러로 세계 시장점유율 7.1%로 세계 4위인 대한민국 디지털전자산업의 한 축을 붕괴시키는 사건이었다.

새정부 조각이 이뤄지면서 ‘강부자(강남 땅부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내각’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임기도 시작하기 전에 땅투기 시비에 말려 취임 전 내각을 다시 짜는 혼란을 겪었다. 더욱이 내각과 참모진 그룹에서 과학기술계와 정보통신 및 전자산업 전문가는 배제됐다.

5월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로 청와대는 3개월 가량 혼돈의 시기를 지냈다. 국정지지도는 10% 중후반까지로 떨어졌다. 이 대통령은 두 번 대국민 사과를 했고, 청와대 수석 참모진 전원교체와 개각을 단행했다.

9월에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한 금융위기가 이명박 대통령을 흔들었다. 미국과의 관계복원에 성공했고,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4강 외교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뒀지만 금융위기에 따른 환율과 주가 폭락,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실물경제 위기는 치명적이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미국발 금융위기설이 등장하는 시기에도, 촛불 정국에 휘말려 초동 대처하지 못했다. 세계 경제위기 조짐이 보이는데도 7% 성장을 장담했고, 성장위주 전략을 추진하다가 시기를 놓쳤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1년에 대한 종합적인 성적표는 ‘측정불가’다. 대통령이 나서 변화와 개혁을, ‘전봇대’로 상징하는 규제를 없애고 있지만, 그 성과는 12월 현재 아직 잘 드러나고 있지 않다. 오바마 정부 등장으로 한·미FTA 비준마저 삐걱거리고 있다.

집권 2기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지 못하다. 경제살리기와 공기업 선진화, 녹색성장, 초광역경제권 구축, 민생 챙기기에 나선다고 하나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그다지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부문 기초체력 약화는 이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와 개혁 행보를 근본부터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선 정부 부처에 대한 장악력 높이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의 성공 여부는 정부부처의 저돌적인 추진력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취임 1년을 맞는 내년 2월경으로 예상되는 개각, 청와대 조직개편에 운명을 걸 수 밖에 없다. 측근들의 전진배치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산업과 과학기술 부문에서 테크노크라트, 행정전문가 등을 사용하지 않고 측근을 통한 통치력을 강화한다면 공무원은 물론 당 안팎에서 강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새해 초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집권 2기에 대한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살리기와 선진 일류국가 달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룡기자 srki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