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10년전 닮은꼴 보듯…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권사들이 어려워지면서 과거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모습들이 업계 전반에 속속 나타나고 있다.

외환위기 때처럼 증권사들이 무더기 소송에 휘말리는 것은 물론 재외 교포들의 한국 달러 송금도 서서히 일고 있는 것. 외환위기와 지금의 금융위기가 어떤 모습에서 같고 다른지, 외환위기를 겪은 증권맨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아봤다.

 ◇증시 폭락으로 무더기 법적 소송=증권사 법무팀들이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호황(?)을 맞고 있다. 증시 폭락으로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을 상대로 무더기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62개 증권사 중 고객과 정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 24곳에 달한다. 전체 소송 건수는 118건이고, 소송 금액은 무려 957억원에 이르고 있다.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을 상대로 낸 소송은 대부분 채무부존재 확인 혹은 미수금반환 소송이다. 신용거래 등으로 주식투자를 했다가 주가급락으로 ‘깡통계좌’가 발생하면서 반대매매로도 대여금을 회수하지 못한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을 상대로 낸 소송이 가장 많다.

 증권사 직원이 개인투자자에게 원금보장 각서를 써줬다가 소송을 당한 경우도 적지 않다. 주식매수 주문을 낸 고객이 결제하지 않아 증권사가 대신 결제하고, 해당 고객에 신원보증해 준 다른 사람에게 구상금 청구소송을 낸 사례도 종종 있다.

 증권사 법무팀 관계자는 “마치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소송이 많아졌다”며 “다만 지금은 증권사 내부통제가 잘 되어 있는 편이어서 외환위기 때처럼 어이 없는 소송건은 적은 편이다”고 말했다.

 ◇교포들, 한국 주식 투자 붐 확산=재외 교포들의 ‘고국 투자 붐’이 일고 있는 것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모습이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은 부동산이 아닌 주식과 회사채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때보다 지금의 부동산 하락폭이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연초 거의 없던 교포 계좌가 최근 한달 사이 20개 이상 늘었다. 원화 기준으로 30억원 이상의 자금도 들어왔다. 우리투자증권에도 지난 11월 103계좌가 달러로 개설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추세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가가 가파르게 빠졌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해 잘하면 주가차익에다 환차익까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초 900원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0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고점 대비 반토막 난 대형 우량주도 허다해 올해 초에 비해 같은 액수의 달러로 전보다 훨씬 많은 주식을 살 수 있다. 주가가 오르고, 환율이 내려갈 경우 교포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신경우 IBK투자증권 영업부 이사는 “주가가 횡보해도 내년 환율이 1100원으로 내려가면 30%가량 수익이 난다”며 “주가가 30% 하락해도 환율로 방어할 수 있고, 우량주만 싸게 사놓으면 향후 전망이 밝아 교포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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