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음` 또 헛똑똑이 노릇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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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내년에 디지털지도 사업에 목숨 걸었습니다.”

 지난주 전자신문 기획 시리즈 ‘세계는 디지털지도 전쟁 중’을 같이 준비한 후배 기자의 취재 보고였다. 다음이 지도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것은 다양한 경로로 이미 확인한 터였지만, 발로 뛰는 취재기자의 목소리만큼 실감나는 것도 없다. 실제로 다음은 50㎝급 전국 항공사진을 통해 지붕까지 선명하게 보인다는 ‘스카이뷰’와 골목골목을 입체적으로 담았다는 ‘로드뷰’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구글 지도를 뛰어넘는 최초, 최고의 서비스란다.

 ‘글쎄.’ 민망하게도 기대감보다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지도를 쥔 자가 패러다임을 잡는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다음의 행보에 오히려 박수를 보내야 할 터인데, ‘시장 분석은 철저히 했을까?’ ‘수익 모델은 검증했을까?’ ‘위기 시나리오에 대한 경우의 수는 준비했을까?’ 물음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한발 앞서 간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음은 여러 차례 확인시켜줬다. 온라인 우표제 실시로 최다 이용자들을 쫓아 보낸 일, 해외 인터넷 기업 ‘라이코스’를 인수했던 일, 속사정은 있겠지만 오픈 IPTV 사업을 벌였다가 철수한 일 등등.

 남보다 빨리 지도 사업에 투자한다고 무조건 손뼉 칠 수 없는 다음의 십수년 역사가 있다. 비전은 있으되, 구체적인 상황 분석과 영리한 실천 전략이 부족하다. 다음의 아마추어리즘, 좋게 말하면 녹슬지 않은 벤처정신은 기업의 매력일 수 있다. 아고라에서 갖가지 이슈가 살아 숨쉬는 것도 그 덕분일 것이다. 그래도 다음은 이제 ‘오래된’ 벤처 기업이다.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수행을 해내야 할 때다. 다음이 세운 수많은 기록이 아깝다. 더이상 실속 없는 헛똑똑이 노릇은 안 했으면 한다.

  류현정기자<국제부>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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