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정보통신(IT) 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뛰었다. 첨단 서비스와 기술 개발이 잇따르고 괄목할 만한 성과도 많았다. 그러나 정치와 산업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이 적지 않았고 정책·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위기와 기회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고 있다는 IT 산업을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은 5일 저녁 서울 삼정호텔에서 ‘IT 2008을 돌아보며’를 주제로 12월 정기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진형 카이스트(KAIST)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았고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사장과 이영희 현대정보기술 사장이 패널로 나서 무자년 한 해를 되돌아봤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균형 잡힌 IT 지원 정책과 대·중소기업이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하려는 개척자 정신을 갖는다면 짙은 어둠 속에서도 미래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막막했던 2008년 ‘어제’=참석자들은 IT를 포함한 국내외 경제 사정이 어려웠던 2008년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적 역학관계까지 얽혀 힘든 시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IT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관련 기능이 분산되고 내년 정보화 예산이 10% 이상 삭감되는 등 수난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수·발주 관행의 후진성 등 IT 분야의 고질적인 병폐도 어김없이 지적됐다.
김진형 KAIST 교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IT에 대한 의도치 않은 발언이 가감없이 쏟아져 현 정부에서 IT 위상을 짐작할 수 있었다”며 “정부조직이 개편되고 IT산업을 담당할 수 있는 기관이 흩어지는 등 올 한 해는 IT 수난시대였다”고 말했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사장은 “정부에서 IT를 비롯, SW를 육성하려는 의지가 많이 약해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대기업은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오픈소스 등으로 대변되는 글로벌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지식재산권을 판매하는 중소기업은 점점 설 땅을 잃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갈 길이 먼 2008년 ‘오늘’=참석자들은 총체적인 경제 위기에 따른 IT 산업 전반의 침체에 더 큰 우려감을 표시했다. IT 인력난 현실을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
김 교수는 “이번 금융 사태로 금융산업을 비롯, 전반적인 산업이 모두 침체기”라며 “IT 산업이 다시 추운 겨울을 맞이해 중소기업들은 생존의 문제까지 직면했다”고 걱정했다.
김 사장은 “공공 분야 외에 신규 프로젝트는 마를 것”이라며 “보안 시장은 모든 기업이 뛰어드는 과열 양상을 보여 산업존폐가 우려된다”고 위기의 심각성을 전했다. 그는 또 “통찰력과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고급 기술자는 물론이고 일하고자 하는 인력도 찾기 힘들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이상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단장은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고 어떤 식으로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지, 시장과 기술의 흐름을 동시에 읽는 아키텍트 양성이 필요하지만 인력은 점점 고갈돼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희망은 남아 있는 ‘내일’=참석자들은 IT인들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려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책 지원이라는 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려준다면 사그라지던 IT 불꽃이 다시 타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희 현대정보기술 사장은 “정부는 대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건전하게’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기업들은 솔루션, 패키지, 서비스로 연결되는 부가가치를 창출해 수출을 늘리고 기술을 전문화함으로써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은 “모 회사는 우리나라 IT 산업의 척박한 현실이 싫어 처음부터 메이저 마켓을 세계로 본 결과, 지금 미국과 브라질에서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며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세워진 회사들은 글로벌 기업들이 먼저 협력하자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택호 프리씨이오 회장은 “IT 업계 원로들이 모여 내년부터 수출을 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해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 계획을 시사했다. 이춘근 삼성SDS 수석은 “정부도 기업과 함께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서 팔 수 있도록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토론회를 진행한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사실 IT가 이렇게 된 것은 정체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IT가 뭔지, SW가 뭔지 정확한 정의가 없었다”고 반성하며 “오늘이 과거를 반성하는 시간이었다면 다음에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발전적인 방안을 고안해보자”고 정리했다.
<주제발표> 김진형 카이스트(KAIST) 전자학과 교수
2008년 정보통신(IT) 산업은 다사다난했다.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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