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도체, 불황 이후를 보자

 세계 반도체 업계는 공황 상태다.

 작년 10월 개당 2.8달러던 D램(1Gb 기준) 가격은 지난달 1.1달러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12.2달러던 낸드플래시메모리(16Gb 기준) 가격은 1.9달러로 내려앉았다. 키몬다 파산설, AMD 전 분기 대비 매출 25% 감소 등 불안한 소식이 연일 전해온다. 낸드플래시메모리 세계 2위 업체인 도시바가 9일간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공급 과잉과 걷잡을 수 없는 가격 하락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이 2년 가까이 극심한 불황을 겪는 가운데 반도체 업체들은 ‘너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며 ‘버티기’에 들어섰다. 경기는 안 좋고 현금은 말라가는 상황에서 끝까지 버텨 생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지독한 경기 침체는 그동안 불가침 규약과도 같았던 자유무역의 기조에도 금을 내고 있다. 대만 정부는 자금 상환 연장 등으로 궁지에 몰린 자국 반도체 업체의 지원에 나섰다. 미국도 파산 위기에 처한 자동차 분야 ‘빅3’ 지원 방안을 만들고 있다.

 정부 불개입과 자유무역의 가치를 내세우지만 뒤로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분주히 펼치고 있는 것이다. 아예 공개적 지원을 선언하고 있다. 우리도 실물경제를 책임지는 지식경제부 장관이 ‘국가의 산업과 기업의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우리 대표 산업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얘기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대표 반도체 기업 앞에 놓인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정부는 일시적 어려움이 기업 발목을 잡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대한 정책적 고민은 단순히 생존을 염려하는 차원에 머물러선 안 될 것이다. 이 터널이 끝났을 때의 시장점유율, 나아가 세계를 바꿀 차별화된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는 데까지 바라봐야 한다. 우리 기업과 정부가 서로 얼굴만 바라본 채 우두커니 서 있지 않으리라 믿는다.

  한세희기자<신성장산업부>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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