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업계 지원…수위는 조절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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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반도체업계가 ‘너 죽고 나 살자’는 치킨 게임으로 치닫는 가운데 정부가 반도체 업계 지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술 지원과 신기술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채권단을 통한 대출 지원 등 간접 방식이다. 하지만 상황 악화에 따라선 정부가 직접 나설 수도 있다. 향후 정부 지원책은 대만, 중국 등 경쟁국의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 강도에 따라 완급 조절이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이 당장 4분기 흑자 유지를 위협받고 있고, 하이닉스반도체도 최근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면서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 중 하나인 반도체를 파국으로 치닫게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실물경제 대응책과 관련, 반도체 산업을 직접 거론하며 “유동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하이닉스에 대해 주주단이 긍정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안다”며 “필요하다면 정부에서도 추가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 등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유상증자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메모리 반도체와 장비 재료 등 후방 산업군의 경쟁력 저하를 막고 고부가 제품 개발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세계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 2006년 하반기 이후 주무부처 장관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하이닉스 문제는 일단 채권단 자율적 결정에 맡긴다는 생각이다. 지경부는 직접 지원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금지하는 불공정 행위기에 “기술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다.

 정부가 WTO의 불공정 시비라는 부담을 안고도 간접 지원 계획을 밝힌 것은 최근 급격한 판가 하락으로 수출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 주력 수출품이자 세계 1위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최근 미국 정부가 자동차 빅3 지원에 나서고, 대만 정부도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에 착수한 상황에서 우리만 손놓고 있을 순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정부 일각에선 전 세계 경제 위기 파고로 정부 지원에 따른 WTO 불공정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동근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은 “하이닉스가 올해 힘든 상황이지만 지난 2∼3년간 매년 2조원 정도의 흑자를 기록했다”며 “몇 개월간 더 버틸 수 있다고 보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지금의 위기를 버티면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다시 세계 시장을 점령할 호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장관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양호하고 하이닉스가 그 다음”이라며 “기술 개발과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동근 실장은 “반도체 시장은 5∼10%의 점유율을 가진 업체가 하나 무너지면 가격이 오르고 경기가 살아나는 구조”라며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이 모두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지만 오래 버티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이닉스반도체 주주협의회는 하이닉스에 대한 자금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주주협의회 측은 “하이닉스로부터 5000억원 지원을 요청받아 주주협의회에서 검토 중”이라며 “주주협의회에서 지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 방안으로는 신규대출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진호·한세희기자 jholee@etnews.co.kr

<도표> 반도체 수출 추이 (단위:달러)

연도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11월 현재)

수출액 300억 373억6000만 390억4500만 312억7300만

자료:지식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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