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로 부활한 고려청자

1,000년 전 고려청자가 기계의 힘을 빌어 눈앞에 나타났다?

문양이나 상감기법을 보니 언뜻 봐도 제법 그럴듯하고 무엇보다 부드러운 흙이 아닌 단단한 금속에 새겨져있어 한 더 놀라움을 준다. 차가운 금속에 뜨거운 도공의 열정이 살아 숨쉬는 듯한 이 고려청자는 현대 공작기계 기술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 무엇 하나 공작기계를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실제로 PC는 물론이고 자동차, 비행기, 휴대폰, 선박, 기차, TV 등 갖가지 물건들은 공작기계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공작기계는 어떤 물건을 만드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말이다.

■ 기계로 기계 만드는 `모든 산업 생태계의 기초`

공작기계는 한마디로 `기계를 만드는 기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분류에 따라 금속 절삭기계, 금속 성형기계로 나뉘며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금속을 가공하거나 형태를 다듬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사실 금속은 단단해서 이를 마음먹은 대로 만들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공작기계는 이런 일련의 작업 빠르고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공작기계를 마더 머신(Mother Machine)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작기계가 사용되는 몇 가지 예를 살짝 엿보자. 제품을 디자인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금형(Metallic Pattern)이다. 금형은 제품을 생산할 때 기초가 되는 뼈대로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붓거나 철판 위에 올려놓고 프레스기와 같은 공작기계로 누르면 원하는 모양의 틀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디자인이 복잡하고 내부에 장착될 부품이 다양하다면 이에 발맞춰 금형도 그만큼 정밀해야 하며 공작기계도 최신 기술을 적용한 것이 필요해진다.

공작기계가 사용하는 가공방법은 선삭, 평삭, 드릴링, 밀링, 연삭, 전기광에너지 등으로 나뉜다. 특히 최근에는 IT 기술을 접목해 복합화, 고속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사용자가 원하는 모양의 금속을 입맛에 맞게 그것도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 신인호 이사는 "지난 4월에 열린 2008 서울국제공작기계전만 하더라도 IT 기술을 이용한 로봇과 자동화기기가 대거 선보였다"면서 "특히 예전에는 공작기계를 수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국산화가 많이 이루어져 관련산업 수출효과도 기대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 자료에 의하면 2008년 상반기 국내 공작기계 생산은 1조 1,489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1% 증가했으며 출하도 1조 1,926억 원으로 8% 높아졌다. 또한 상반기 국내 수주 금액은 모두 1조 4,548억 원에 달했고 지난 2008 서울국제공작기계전( SIMTOS 2008) 전시기간 동안 3만 1,850건에 9억 4,000만 달러(한화 약 1조 3,000억원) 상담 및 계약 성과를 이뤄낸 사례가 있다. 그만큼 기술 집약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뜻이다.

■ IT 기술로 진화하는 공작기계

앞서 설명한 것처럼 최신 공작기계는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예전에 비해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 종류가 다양해지고 기능도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 시장 트렌드를 따라잡으려면 재빠른 생산속도도 필수적이다. 예컨대 휴대폰만 하더라도 곡선은 물론이고 특정한 문양까지 정밀하게 가공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교체주기가 짧아 빠른 시간 안에 사용자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작기계는 초고속 가공시스템, 고능률 복합가공 시스템, 다축/다기능 터닝시스템, 고능률 하이브리드 연삭시스템, 자율지능 가공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금속으로 만든 고려청자의 경우 실제 고려청자와 동일한 문양과 모양을 만들어내는데 불과 7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다. 당연하지만 제작 과정도 모두 자동으로 이뤄지니 손가락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으며 디자인도 컴퓨터를 통해 자유롭게 수정이 가능하다.

소재에 따른 가공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보통 금속은 더 단단한 금속이나 다이아몬드와 같은 광물로 가공하지만 소재 자체에 물리적인 제한이 있다면 선삭, 평삭, 드릴링, 밀링, 연삭보다는 전기광에너지를 이용해야 한다. 이를 이용한 가장 대표적인 공작기계가 레이저가공기다. 레이저가공기는 탄산가스(CO2)나 YAG를 이용해 레이저를 만들며 광섬유와 로봇을 장착해 3차원 용접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레이저 기술을 적용한 레이저가공기도 선보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레이저는 YAG에 네오디뮴을 더한 Nd:YAG 레이저발진기에 아크 플라즈마를 덧붙인 형태로 레이저 간섭 현상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기존 레이저에 뜨거운 열을 더해 금속을 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가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외부 이물질로 인해 레이저가 흐트러지지 않고 단단한 철판 용접도 가능하다.

자율지능 가공시스템도 주목할 만하다.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을 만들어낼 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유연성이다. 언제 어떤 제품을 생산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율지능 가공시스템은 서로 다른 공작기계를 연동해 제어하고 생산정보나 인터페이스 표준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한 원격 통합 제어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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