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품소재, 일본과 협력 늘려야

 최근 한국을 잇따라 찾은 일본 기업인들이 한국산 부품소재 구매를 늘리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일본 우치다의 무카이 회장 등이 4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2008 부품소재기술상’ 행사에 참석해 “한국 부품 소재 기업들의 기술과 품질경쟁력이 향상됐다”며 “일본 시장에 더 많이 진출하도록 돕겠다”고 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간 무역적자는 300억달러를 넘어서며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중 상당수는 부품소재여서 어느 때보다 부품소재 국산화가 시급하다. 비록 휴대폰·메모리반도체·LCD 패널이 수출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이 중 상당수는 부품 수입비로 다시 일본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대일 IT부품 수입액은 4.6%로 소폭 감소했다가 이듬해 7.3%로 늘었으며 올 상반기(1∼6월) 다시 9.4%로 상승했다. 대일 IT부품 수입액 역시 2005년 94억3000만달러에서 지난해 96억5000만달러로 커졌다. IT수출이 늘면 늘수록 부품 수입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이번 무카이 회장의 발언을 주목하며 반기는 것이다. 사실 부품소재는 우리나라 무역 수지의 큰 효자다. 지난해 기준 연간 364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이 규모와 맞먹는 322억달러를 일본의 부품소재를 수입하는 데 썼다. 다른 나라에서 번 돈을 일본에 퍼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5월만 해도 지경부는 ‘제1차 부품소재 민관협의회’를 열어 부품소재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올해 지난해보다 5.5% 많은 278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또 지난달 말에는 미래 유망 100대 부품소재 핵심기술 확보와 부품소재 중핵기업 400곳 육성 같은 정부의 장기전략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 전략을 차질 없이 진행하면 정부는 부품소재 분야에서 5년 내 100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기업인들이 이번에 한국산 부품소재 구매 확대 의사를 밝힌 것도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신뢰성 상생 협력 사업’ 때문이다. 수요기업이 신뢰성 기준을 제시하면 부품소재기업과 연구기관이 협력해 그 기준을 충족, 수요기업이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이 사업은 일본 기업 10여곳과 국내 50여 부품소재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 부품소재기업은 이 사업을 통해 안정적 해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고, 일본 기업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부품소재를 확보할 수 있어 한일 기업 모두에 윈윈이 되는 셈이다.

 부품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이 갖춘 일본을 우리가 단기간에 추월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상생 협력 사업처럼 일본과 공조하는 프로그램을 더욱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 국내에 만들려고 하는 일본 부품소재 기업 전용 공단 개설도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부품소재는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액의 43%와 수출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분야다. 이 분야에서 우리가 일본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정부는 만들어 놓은 정책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철저히 시행해야 하고 민간 역시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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