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은 살아있다](7)중국 상하이과학기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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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과기관은 다양한 모형물을 설치해 관람객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과기관을 방문한 한 관람객이 석유 시추 모형을 작동해 보고 있다

 중국 상하이. 그중에서도 푸둥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상징하는 지역이다. 1990년만 하더라도 논밭이었던 이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한 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면서 푸둥은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둥팡밍주 탑, 진마오 빌딩 등이 만들어내는 휘황찬란한 야경은 ‘미래의 도시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찬탄을 자아내게 한다.

 상하이 시민이 자랑스러워 하는 상하이과학기술관도 날마다 변모하는 푸둥지역을 대표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둥팡밍주 탑이 자리한 금융무역지역인 뤼자주이에서 신세기대로를 달려가면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는 이곳은 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축약해 보여주는 과학의 현장이다.

◇미래를 향한 비상=상하이과기관의 외부 모습은 세계로 뻗어 나가려는 중국인의 의지를 형상화했다. 건축물의 서쪽은 낮고 동쪽은 높으며 나선이 올라가는 비대칭 구조를 하고 있다. 자연역사와 인류문명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장 눈에 띄는 구조는 날개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구체(지름18m)다. 모양은 노란 자위와 같고 외면은 계란 껍질과 같아 우주의 무한하고 생명의 풍부함을 상징한다.

 지난 1998년 12월 첫삽을 뜬 상하이과기관은 3년간의 공사 끝에 2001년 12월 문을 열었다. 건립 직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이곳에서 열렸다. 용지면적은 6만8000㎡, 건물면적 총 9만8000㎡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연간 평균 20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2007년12월 말까지 총 1500만명이 다녀갔다.

 상하이과기관은 총 4층으로 지하 1층에는 특별전시관이, 1층부터 3층까지는 상시전시관이 자리 잡고 있다. 상하이에서 가장 크다는 스지공원이 투명유리 너머 내려다보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시관을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어 인상적이다.

◇교육적 가치에 중점=상하이과기관은 상하이시 정부가 ‘과학교육 진흥’ 및 ‘지속적인 발전’의 전략으로 도시의 종합 경쟁력과 시민의 소양을 높이기 위한 공익성 사회문화 프로젝트 차원에서 추진됐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생물만상·지각탐색·디자이너의 요람·어린이 과학기술·지혜의 빛·지구의 집 등 12개의 전시관의 초점도 어린 학생들의 과학 탐구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에 맞춰져 있다.

 지혜의 빛 전시관에 설치된 ‘레이저 피아노’는 교육과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좋은 사례다. 레이저가 나오는 곳을 손으로 가리면 빛에 감응하는 센서가 전기적 신호를 보내 음을 만들어 낸다. 빈 공간을 손으로 스치기만 해도 여러 음계의 소리가 나기 때문에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중국의 우주개척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우주관도 인기다. 우주관에는 우주 공간에서 무중력 현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중국 최초의 유인 우주선인 선저우 5호 등을 전시하고 있다. 우주과학에서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중국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선저우 5호에 탑승한 중국 최초 우주인 양리웨이는 국가 영웅으로 추앙받을 정도다.

 이 밖에 아시아에서 제일 큰 규모라는 아이맥스·3D·4D 극장도 볼거리다. 마치 현장에 와 있는 듯한 현실감을 자극하는 리얼리티를 보여줘 극장을 빠져나오는 관람객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흥분으로 가득한 모습이다.

 상하이과기관은 교육적인 가치를 위해서 전시뿐만 아니라 CAD 교실 등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산업사회의 핵심요소인 컴퓨터 디자인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기초적인 디자인을 배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CAD교실에 참가한 하오시오저씨(25)는 “첨단 전시물을 보고 CAD 강의를 들어보니 과학기술에 대한 재미가 샘 솟는다”며 “어린 학생들에게는 미래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적 새로움 제공=다른 과학관이 그렇듯 상하이과기관은 상설 전시관의 식상함을 없애기 위해 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상하이과기관은 연간 1000만위안 정도를 전시물 교체에 사용하고 있지만 상설 전시관의 전시물을 자주 교체하기는 힘든 실정. 상하이과기관은 이러한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항상 새로움을 주기 위해 매년 3개 정도의 대형 임시 전시회와 10개 정도의 소규모 임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테크자동차 기술전시회와 공룡전시회, 우주전시회 등을 열어 상하이 시민의 큰 호응을 얻었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빛의 예술을 보여주는 전자예술제가 과학관로비에서 열려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상하이과기관의 1인당 관람료는 50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계산하면 1만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싼 요금은 아니다.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연간 200만명이 방문하는 이유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제공하는 상하이과기관의 노력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준 공보실장은 “기술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과학관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며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상하이의 특성을 잘 반영하는 곳이 바로 상하이과기관”이라고 말했다.

 직원과 자원봉사자들도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상하이과기관의 직원은 300여명. 자원봉사자는 8만명에 이른다. 자원봉사자들은 ‘사회에 봉사하고 남을 위해 복무하자’는 슬로건으로 대중에게 과학지식을 보급한다. 이날에도 약 60명의 지원자가 전시관 내에서 관람객 도우미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상하이(중국)=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인터뷰>진싱바오 부관장

“해외 유명 과학관을 벤치마킹했지만 중국적인 특성을 최대한 살렸다.”

과학관을 둘러본 후 사무실에서 만난 진싱바오 상하기과기관 부관장(59)은 상하이과기관을 세계적인 과학관으로 만들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강조했다.

상하이과기관은 설계 작업단계부터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과학관과 새너제이 하이테크 뮤지엄, 프랑스 라빌레트 등 세계 유명 과학관을 벤치마킹했다. 유명 과학관의 전시물뿐만 아니라 전시형태, 공간 배치, 관람객 동선 등도 세심하게 조사했다. 물론 과학적인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전시물을 준비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다.

진 관장은 “과학관은 과학은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없앨 수 있어야 한다”며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체험공간을 만드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현재 상하이과기관의 1년 예산은 2000만위안 정도. 그 가운데 절반인 1000만위안이 전시물 구입과 설치 등에 사용된다.

진 부관장은 2006년 우리나라 대전에 있는 국립중앙과학관에 가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상하이과기관과 규모가 비슷하고 전시내용도 비슷했지만 교육이 충실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과학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하이과기관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기자가 서울 인근에 대형 과학관이 완공됐다고 하자 그는 “최근 개관한 과학관은 어떤 모습인지 꼭 한번 가보고 싶다”면서 “상하이과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며 최근 문을 연 국립과천과학관에 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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