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오션 프로젝트](43)중국 환경 규제

 “환경 규제 ‘만리장성’을 넘어라.”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지역의 환경 규제가 올해 말을 기점으로 대폭 강화된다. 마치 외세의 침입에 대비해 장성(長城)을 쌓던 모습이 ‘환경’이라는 장벽으로 재연되는 형국이다. 중국은 그동안 급속한 경제 개방과 함께 자국 제조업의 육성을 우선시하며 환경 규제에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자국 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환경 규제 법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과 함께 한국 IT 기업의 주요 수출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의 환경 규제 대응은 ‘발등의 불’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환경 규제의 원칙=중국 정부는 2006년 8월, 전자 제품의 친환경 설계와 폐제품의 수거·운송·저장·재활용 및 처리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 방지를 원칙으로 하는 ‘폐가전제품 오염방지 기술정책’을 발표했다. 이로써 중국은 ‘감량화, 자원화, 무유해화’라는 3화(化) 원칙과 함께 오염물질 제조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대원칙을 마련했다. 이는 중국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 제정 및 정부의 녹색구매 정책의 추진 근거가 됐다. 또 중국 폐가전제품처리조례(WEEE) 제정과 회수시스템의 구축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정책의 주요 내용은 유해물질 사용 저감과 수명 연장, 재사용·순환 이용, 부속품의 상호 교체성 향상 및 합리적 포장재 사용 등 ‘친환경 설계’를 장려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품의 설계 단계부터 환경 보호를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또 유해물질의 함유 정보를 표시하고 생산자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정보 표시의 의무화도 강제하고 있다. 이 외에 수집·운송·보관 시스템의 구축과 재활용, 처리 및 처분을 위한 세부 조치와 기업 대상의 인센티브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이후 중국의 환경 규제는 몇 건의 추가적인 제도 보완으로 모양새를 갖춰나가고 있다. 내년부터 실행 예정인 WEEE는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PC 등의 품목을 대상으로 생산자의 주요 의무를 정해놓았다.

 특히, 자원 이용 및 무해 처리에 적합한 제품 설계방안을 채택하도록 한 것은 물론이고 △무해 또는 저유해성 및 재활용 가능 자재 사용 △재활용 요구 사항의 부합 △제품 혹은 설명서에 유해물질 및 함량, 회수처리 정보 등의 제공 △재활용 시스템 구축 및 재활용 기금 납부 등의 사항을 강제했다.

 중국 정부는 또 내년에 시행될 예정인 ‘순환경제법’을 통해 추가 법규, 규정, 계획 등 300여 관련 기준을 제정할 예정이다. 순환경제법은 생산, 유통, 소비 등 전 과정에서 감량화와 재활용, 자원화 활동의 기본 개념을 명시했다. 특히 지방 정부의 책임 권한을 강화하고, 주요 오염배출 총량의 통제 지표 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RoHS 강제인증제(CCC) 초미의 관심=최근 중국의 환경 규제 움직임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RoHS 강제인증제(CCC: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의 도입이다. 이는 1400여 품목에 이르는 전자·정보제품의 납·수은·카드뮴 등 6대 유해물질의 함유 여부를 중국 정부가 강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올해 말까지 대상 품목을 확정하고 내년 본격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EU·일본 등의 국가가 RoHS 제도를 자기 선언 방식으로 시행하는 데 비해 ‘강제 인증’을 도입하는 것은 중국이 처음이다. 또 강제인증제가 시행되면 당장 검사비용의 대폭적인 증가는 물론이고 유해물질 대체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이 우려된다. 이는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중국 정부가 인증 과정에서 자국 기업과 외국 기업을 차별 대우한다면 무역장벽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강홍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환경에너지팀장은 “중국 정부가 조만간 대상 품목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으며 “특히 세트 부문에 머물지 않고 부품·소재 분야까지 범위를 확대하느냐도 관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대상품목이 부품·소재 분야까지 범위가 확대되면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대응 여부가 향후 중국 사업을 가름할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 이렇게 대응하라

 중국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산·관·학을 아우르는 국가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벤처기업은 중국 정부의 규제 동향과 함께 원스톱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초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를 중국 환경 규제 전담기관으로 지정했다. 이후 KEA는 중국의 시험분석기관과 상호 인정을 목표로 중국 내 3개 분석기관과 KEA 산하의 수원대·생산기술연구원·구미전자정보기술원 등 5개 분석기관 연합체인 EEA(Eco Electronics Alliance)를 구축했다. 또 삼성·LG가 참가한 분석기관 간 비교평가 시험도 수행하고 있다.

 특히, KEA 측은 중국 환경표준위원회에 참여, 중국 환경법 제·개정에 참가하고 모니터링과 우리 업계의 의사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올 4월에는 중국진출전자업체환경협의회(KEEC)를 발족,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정보 공유 및 공동 대응체제를 구축했다. 또 9월에는 미국·일본·유럽의 산업단체 간 라운드테이블 미팅도 설립, 대중국 업무 노하우 공유 및 공동 대응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강홍식 KEA 팀장은 “중국 공업신식산업부(MII)와 품질인증총국(CQC), 전자상회(CECC), 중국정보통신시험분석원(CTTL) 등과 업무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교환 등 우리 기업의 중국 환경 규제 지원체제를 구축했다”며 “이러한 국내의 지원 체계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중국 사업 방향을 친환경 제품 위주로 고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