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 불구 증시는 `냉랭`

 10월 경상수지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증시에 기대만큼 호재로 작용하지 못할 전망이다.

 경상수지는 당초 15억5000만달러 흑자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예상치를 3배 가량 상회하는 49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제환경이 워낙 얼어붙은 상황이라 경상수지 깜짝 흑자가 큰 호재로 작용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처럼 기다리던 경상수지 흑자란 봄이 왔지만 얼어붙은 우리 경제를 녹이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 높아=전문가들은 당분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0월 경상수지 흑자는 국제 원유 가격 급락에 따른 상품수지 개선, 여행수지 흑자 전환으로 인한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 축소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한국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이었던 국제유가가 급락해 상품수지가 흑자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10월 중 원유도입단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은미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급락으로 수입증가세 둔화 폭이 수출증가세 둔화폭을 상쇄하면서 상품수지는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8일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연말까지 흑자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원화약세에 따른 착시효과와 다가올 경기침체 영향 감안해야=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함에 따라 환율 상승세가 꺾이고,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도 일어나고 있다. 주이환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와 관련 “우리 경제가 달러를 벌어오는 경제구조로 간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외국인들에게 줄 수 있다”며 “증시에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화 약세에 따른 착시 효과와 내년부터 진행될 경기침체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외국인들의 매수는 펀더멘털에 대한 투자가 아닌 단기적 차익 목적이 크기 때문이다. 달러 환산 코스피 시가총액은 고점 대비 3분의 1로 줄어들었고, 주가는 제자리에 머물어도 환율이 하락하면 외국인들은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또 외국인들이 주로 매수하는 종목은 삼성전자 등 불황기에도 꾸준한 현금 흐름으로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 환율 하락, 배당 중 하나만 걸려도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 흑자 그 자체가 호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문제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라며 “내년부터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 부문 수요가 줄어들면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고,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부양을 준비 중인 것도 경상수지에는 악재”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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