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부터 2004년까지 세계적 기업인 IBM의 한국법인장을 지내고 IT업계에만 35년 가까이 근무한 국내 IT산업의 산증인이 불법 복제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일부에서는 MB정부 들어 기업 프렌들리를 외치고 있지만 국회나 경찰에서 수시로 대표를 소환하고 증인 출석을 요구하는 등 공허한 외침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국내 굴지의 IT서비스 기업인 신재철 LG CNS 대표를 지난 25일 체포해 이 회사가 스페인 SW기업인 스티마의 차트 프로그램을 무단 사용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고 26일 밝혔다.
신 대표는 전날 오후 4시경 체포돼 오후 11시까지 7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경찰측은 “고소장이 접수돼 신 대표에게 수차례 소환을 통보했지만 출석하지 않아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설명했다.
스티마는 지난해 자사의 SW를 불법으로 하나의 모듈(컴포넌트)로 사용한 혐의로 쉬프트정보통신을 고소한 데 이어 쉬프트 제품을 구매한 IT서비스 기업인 LG CNS, 삼성SDS 등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LG CNS와 삼성SDS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삼성SDS는 무혐의 처리했으나 같은 사례인 LG CNS의 경우에는 조사를 계속 진행중이다.
이에 대해 LG CNS 측은 “정부가 공식 인증하고 구매를 권장한 소프트웨어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한 것인데, 대표를 체포해 조사한 것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고소인 측에게는 “범죄가 되지 않는 건을 고소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것에 대해 무고, 업무방해 등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기업의 대표를 이미 상당부분 해명된 내용을 무시한 채 체포영장을 통해 소환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에 앞서 신재철 사장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2명의 국회의원으로부터 의혹 소지가 있다며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바 있다.
다행히 직원들이 상세히 해명하는 것으로 사장의 증인 출석은 없었지만 국감시즌마다 상당수 국회의원이 의혹 소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IT서비스 기업들의 대표를 증인으로 호출하는 것이 국내 관행이다.
이지운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단순 의혹이나 혐의로 하루에도 수십건의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CEO들이 경찰이나 국회에 수시로 불려가는 것은 기업이나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정부가 기업 프렌들리를 말이 아닌 실천을 해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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