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 당선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지요. 하지만 다른나라들도 이 선거 결과를 주목하고 있답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오바마 당선자의 에너지 정책입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며 에너지, 환경 분야에서 부시 대통령의 기존 공화당 정권과는 다른 노선을 걷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습니다. 이번엔 오바마 당선자의 ‘클린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해 알아봅니다.
Q.오바마 당선자의 클린 에너지 프로젝트에 다른 별명이 있다는데요?
A.오바마 당선자의 클린 에너지 프로젝트의 다른 이름은 ‘뉴 아폴로 프로젝트’입니다. 아폴로 계획은 60∼70년대 추진된, 아폴로 우주선으로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성공으로 귀결된 미국 정부의 야심찬 계획입니다. 구 소련과의 경쟁에서 촉발되긴 했지만 우주개발에 대한 열정을 전 국민으로 확산시키며 과학기술에 대한 과도할 정도의 국가적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았지만 연방항공우주국(NASA)의 우주개발 기술 축적에 더해 통신위성 기술발달, 집적회로(IC)와 같은 전자부품, SW 관련 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미국의 대외이미지 개선, 사회 전반의 과학기술수준 고양 등도 뒤따랐지요.
오바마 당선자도 청정에너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이 같은 효과를 거두려하고 있습니다. 향후 10년간 1500억달러를 청정에너지원 개발에 투자해 자국 제조업 부흥, 에너지안보 달성에 더해 고소득 일자리 500만개를 창출하려는 게 새로운 아폴로 프로젝트의 목표인 것입니다.
Q.뉴 아폴로 프로젝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A.이 프로젝트는 크게 기초연구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증대, 주요 기술 투자, 시장 투자와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표준 수립의 세 분야로 나뉘어집니다. 이 분야를 기초연구 투자, 인력 투자, 저탄소 연료에 대한 국내 기준 확립 등 세분하고 구체적인 목표치를 상정, 추진하게 됩니다. 여기에 화제가 됐던, 청정에너지와 관련된 연방정부 R&D 지원을 두배로 증대하는 것, 2020년에 연방정부가 사용하는 전력의 최소 30%를 재생에너지원으로부터 공급받는 것 등이 포함되는 것입니다. 2009년 1월 오바마 행정부가 본격 출범하고 나면 이 분야의 본격적인 투자나 정책 집행이 이뤄질 것입니다.
Q.이런 프로그램을 내 놓은 근본적인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A.원인은 미국경제 위기입니다. 구 소련과의 기술, 국력 경쟁이 깔려 있었던 기존 아폴로 프로젝트와는 차이가 있지요. 전 세계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그간 미국을 지탱해온 금융산업이 무너진 미국은 새로운 주력산업을 반드시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회의 근간인 중산층의 삶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뉴 아플로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도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로 압축됩니다.
Q.뉴 아폴로 프로젝트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A.가장 큰 수혜자는 제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공해가 없고 경제적이며 또한 장기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에너지원 개발에 막대한 R&D 비용이 투자될 것이고 여기에서 개발된 기술은 종국적으로 산업계, 특히 지금까지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던 미국 제조업계로 확산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생사의 기로에 놓인 미국 자동차산업을 회생시키는 것이 뉴 아폴로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것도 같은 차원입니다. 최근 방한한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AT커니의 폴 로디시나 회장도 “자동차산업을 되살리려고는 하되 미래 기술을 확보하면서 제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답니다. 특히 자동차와 관련된 구체적인 목표로 오는 2015년까지 미국에서 최소 100만대 이상의 친환경 자동차를 생산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Q.우리나라하고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A.오바마 정부의 이런 계획은 우리나라에도 큰 의미를 가집니다. 앞서 지적한 대로 미국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청정,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게 된다면 환경규제도 당연히 강화될 것이고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국내 산업계도 당연히 여기에 대비하는 게 필요합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뉴 아폴로 프로젝트를 통해 이른바 ‘그린오션’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녹색경제로 전환하면 그린 기술, 그린 제품을 요구하는 엄청난 규모의 새 시장이 만들어질 것은 자명합니다. 많은 국내 기업이 바로 이 때문에 새로 들어설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친환경 기술,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답니다.
최순욱기자 choisw@etnews.co.kr
□ 관련도서
◆오바마노믹스(오바마 정부하의 세계경제 전망)/존 R. 탈보트 저, 송택순 역, 위즈덤하우스
오바마 당선자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분석과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한 전망이 담겼다. 저자는 오바마가 추구하는 경제가 기업체와 정부의 공평한 규칙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돼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진정한 자유시장 경제라고 분석한다.
경제 정의의 문제부터 지구온난화에 이르기까지 미국이라는 나라를 발판으로 전 세계 경제 패러다임을 주도하고자 할 오바마의 경제, 즉 오바마노믹스의 핵심에 접근하고 있다. 미국 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한국 경제, 그리고 그 안에서 활동하는 기업, 기업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생각할 거리들을 던진다.
◆버락 오바마, 담대한 희망/버락 H 오바마 저, 홍수원 역, 랜덤하우스
오바마 당선자의 경제 정책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지만 오바마 스스로 자신의 정책에 깔린 정치적인 비전을 풀어냈다.
흑인과 백인 사이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인 의붓아버지 아래서 성장한 과정, 소액헌금으로 최대 선거자금을 모집한 일, 젊은 세대가 가장 지지하는 정치인으로 꼽힌 일 등 다양한 일화, 사례를 통해 설명하며 자신이 무엇 때문에 현재와 같은 정치적 비전을 가지게 됐는지, 자신이 정책을 통해 실현하려고 하는 최종 가치는 무엇인지 등을 설명한다. 꼭 경제 분야에서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관점에서 오바마를 이해하기 위해서 읽어 볼 만하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오바마 당선인의 뉴 아폴로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