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나타나는 IT서비스의 산업 특화 움직임은 과거 IT서비스 업체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제공에 의한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사용했던 양상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산업 특화된 서비스를 구가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본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라인업으로 자리잡아 가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는 기업고객들의 서비스 구매 양상의 변화 즉, IT서비스 업체를 선택하는 데 있어 산업 특화 서비스에 대한 역량 보유의 여부가 당연한 요건으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산업 특화 서비스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기업고객의 IT구매 양상의 변화를 짚어보고, 이와 관련해서 IT서비스 내에서 핫스팟(hotspots)으로 쟁점화되고 있는 영역에 대한 전망을 공유해보자.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IT서비스 구매 양상의 변화
2008년 미국 IDC의 산업 전망 팀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IT벤더의 솔루션 및 서비스 제공 역량에서 산업 특화 요소의 중요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이런 양상은 <그림>에서 처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CIO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구매 양상의 변화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CIO들은 시스템 인프라 뿐 아니라 서비스 관점에서도 비즈니스에 대한 IT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어 그들이 속해 있는 산업의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그에 특화된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벤더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 특정 사업부 관리자들은 그들의 부서 혹은 파트의 IT예산 및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 그리고 IT서비스 벤더 선정의 결정에까지 관여하려 하고 있다.
- 기업은 그들이 직면한 비즈니스 이슈에 대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으며 비즈니스상에서 발생하는 위험요소와 보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IT파트너를 원하고 있다. 이는 비즈니스상의 ROI와 IT투자와의 결합을 야기시킴과 동시에 비즈니스 이슈를 IT를 통해 해결하려는 요구 또한 높이고 있다.
- 만약 IT서비스 벤더가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는 판단이 서면, 기업고객은 이 벤더와의 거래를 중단해 버리거나 거래량을 줄이는 조치를 취한다. 이러한 추세는 특히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 산업 특화된 서비스 및 솔루션에 대한 요구는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서 나타난다. 이는 애플리케이션 영역이 아닌 인프라 또는 시스템 관리 영역에 대한 산업별 요구는 상대적으로 일반적인 사항이 대부분으로 이 영역에서는 특별히 산업 특화된 솔루션 및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IDC는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서 높게 요구되는 산업 특화된 서비스 및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IT서비스 벤더들이 집중해야 하는 서비스 영역을 네 가지로 꼽고 있다.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비즈니스분석(BA), 고객관계관리(CRM)가 그것이다.
#아·태지역에서 핫스팟으로 지목되는 4가지 영역
◇SOA : 기업고객들이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을 가능하게 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점진적이긴 하지만 분명히 시장 확대를 보이고 있는 영역이며, SOA를 통한 솔루션 및 서비스 특화를 통해 IT서비스 벤더들은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나타나는 SOA시장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호주, 뉴질랜드, 홍콩, 그리고 한국 등과 같이 상대적으로 성숙된 시장에서의 도입율이 인도, 중국 또는 동남아시아의 국가들 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 SOA에 대해 높은 요구를 보이고 있는 산업 영역은 금융권과 제조 그리고 정부 및 공공 부문이다.
- 서비스 부문별로 보면, IT컨설팅과 SI가 SOA시장에서는 주요 영역으로 대두되고 있다.
◇SaaS : 비용 절감에 대한 요구에 의해 주로 수요 증대가 나타나고 있는 SaaS 시장은 IT업체들간의 에코시스템(ecosystem)을 통해서 점차 진화하고 있다. 보다 효율적인 SaaS제공을 위해서는 산업 기준에 맞추어진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애플리케이션이 필수적으로 연계돼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양상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SaaS 시장을 주도하는 벤더들은 각자의 기술 원천을 바탕으로 ISV(Independent Software Vendor)들과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가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SaaS 시장의 성공도 에코시스템에 의한 발전을 통해 이뤄 질 것으로 보인다. ISV들의 솔루션이 구축될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 SaaS시장의 중심세력이 될 것이고, 이에 마이크로소프트, SAP와 같은 대형 소프트웨어 벤더들은 SaaS비즈니스를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한편,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SaaS시장에서의 또 다른 주요 에코시스템의 축은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이다. 이들은 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SaaS제공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기반 플랫폼을 통해 또 다른 에코시스템을 구축 하고 있다.
◇BA : 전통적으로 BA벤더들은 CFO 업무에 초점을 두며 올인원(all-in-one) 재무 분석 플랫폼 구축에 집중함에 따라 모든 벤더들은 동일한 기업성과관리(CPM)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지난 몇 달간 이루어진 BA시장의 대부분의 합병 건은 OLAP(Online Analytical Processing), 대시보드(dashboarding), CIO의 업무에 집중된 QRA(Browser-Based Query, Report and Analysis)에 초점을 두며 이뤄졌다. 이러한 시장 환경의 다양화를 기반으로 BA벤더들은 산업 특화된 제공 역량과 템플릿에 기반한 구축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산업 특화된 BA솔루션을 통해 벤더들은 두 가지 주요 영역 즉, GRC(governance, risk, compliance)와 예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BA벤더들은 서비스 조직을 산업적으로 구분된 구조로 변경하는 것과 파트너십을 통해서든 내부적인 인력을 통해서든 산업 특화된 컨설팅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두 가지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CRM :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CRM은 은행과 통신 그리고 유통 부문에서 높은 수요를 보여 왔다. 은행 업무에서 CRM의 초점은 CI(Customer Intelligence:고객 관련 데이터를 수집, 분석, 활용하는 역량)나 고객 정보 통합에 맞춰져 있는 가운데 통신 부문에서는 그 초점이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해 순수한 과금 관련 정보에서 부가가치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 반면, 유통 부문에서 CRM은 고객의 구매 성향을 분석하는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의료서비스 부문의 CRM은 의료 부문 IT의 현대화와 환자 기록 관리에 중점을 두며 의료 산업을 확대할 수 있는 도구로서 인식됨에 따라 신규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CRM 벤더들은 현재 산업특화 전략으로 수요 확보를 꾀하고 있는 가운데 CRM서비스는 CI와 전망 분석이 혼합되어 제공되고 있다. 또한 최근 CRM플랫폼과 빌링, 주문, 문서 관리와 같은 ERP모듈과의 결합 추세가 나타나고 있어 CRM은 점차 전통적인 세일즈/마케팅 업무 보다는 CI와 이를 통한 고객 행동의 전망 분석 툴로 변형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산업 전반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CRM을 산업 특화된 프로세스에 맞추고 이를 기반으로 베스트 프랙티스 프래임워크를 구축하는 데에는 다소 어려움이 예상된다.
#핫스팟 활성화를 위한 제언
IT서비스의 산업 특화 움직임의 일반화로 인해 핫스팟으로 대두된 SOA, SaaS, BA, CRM 시장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IDC는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한다.
SOA영역에 매진하는 IT서비스 벤더는 아키텍처로서 SOA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이득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벤더 특화된 SOA프레임웍과 서비스가 다른 벤더들과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이를 통해 산업 특화 베스트 프랙티스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 지에 좀더 초점을 둬야 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SaaS는 애플리케이션 및 솔루션의 딜리버리 매체로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현재는 호스팅 애플리케이션 부문이 시장을 주로 형성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온디맨드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부문이 확대될 것이고, 벤더들은 이러한 동향에 부합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SaaS시장은 독립적인 벤더보다는 벤더간의 에코시스템을 통해 발전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이를 위한 벤더간의 적절한 파트너십 구축이 요구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템플릿 기반의 진보된 분석 툴로 그 초점을 옮기면서 수요 증대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는 BA시장은 높은 수준의 컨설팅 서비스와 기업 내 특정 부서가 아닌 전사적인 차원으로 도입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BA시장에서는 산업 특화된 전문 서비스 역량을 확보하고 기업 내 BA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요소로 나타나고 있다.
김경민 한국IDC IT서비스 리서치그룹 선임연구원 mkim@id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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