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LCD 패널 시장 `지각 변동`

 세계 LCD 패널 시장이 본격적인 지각 변동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를 바짝 추격해온 AUO·CMO·CPT 등 대만 패널 업체가 ‘판매량 급감→가동률 추락’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일본 샤프나 중국계 군소 패널업체들도 어려움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한국과 대만 패널업체들이 지금까지 세계 시장을 양분해왔다면 내년 상반기에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의 양강 체제로 판도가 정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LCD 패널 시황 악화가 우리에는 ‘기회’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LGD·환율 효과 덕 봤다=우리나라의 세계 시장 석권은 LG디스플레이의 선전에 크게 힘입었다.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대형 패널 출하량 923만7000대를 기록, 유일하게 전월보다 늘렸다. 올해 들어 월간 출하량 9000만대를 넘긴 것도 LG디스플레이가 처음이다. 모니터용 패널 277만대, 노트북용 패널 378만2000대, TV용 패널 259만대로 대형 LCD 전 부문에 1위를 차지했다. 고환율의 상황에서 가격 공세를 펼친 결과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 주 고객사였던 델에 공급하는 물량을 늘렸으며, 대만 업체들을 압도했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달 평균판매가(ASP)는 146달러로 지난 6월보다 16% 정도 낮아졌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7% 정도 내리는 데 그쳤다. AUO·CMO의 ASP는 같은 기간에 각각 31%, 24%가량 폭락했으며, 일본 샤프도 20%나 떨어졌다. 대만·일본 업체들은 판가를 크게 낮추고도 환율을 등에 업은 LG디스플레이의 공세를 감당하기 못했다. 권상세 디스플레이뱅크 사장은 “대만 업체들은 밑지고 팔면서도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환율 현상이 지속된다면 이 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LCD 패널 가격의 하락세는 연중 최대 성수기인 11월에도 지속되고 있다. 크기와 기종을 가리지 않는다.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시스템 업체들의 재고 축소 움직임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삼성·LG 판도 정리 주도=다소 이른 관측이지만 내년 상반기에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시장을 교통 정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짐은 벌써 나왔다. 4분기 AUO의 5∼7세대 라인 7개 가운데 투입원판 기준 생산능력(가동률)이 높아야 65% 수준일 것으로 관측됐다. 심지어 6세대 1개 라인은 38% 정도밖에 돌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CMO도 4분기 5세대 1개 라인 가동률이 21%, 내년 1분기에 더 떨어진 7%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가동률 70% 이하는 적자를 감수하는 마지노선이다. 대만업체들은 사실상 버티기 힘든, 벼랑끝까지 몰렸다. 한국·대만의 양산 경쟁에 가세하겠다던 일본·중국 패널 업체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IPS알파’는 6세대 1개 라인의 가동률이 올 4분기 60%, 중국 ‘SVA-NEC’는 무려 41%대에 추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초 대만 패널 업체 가운데 일부 라인의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이다.

변수는 있다. 최근 자국 내 업계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대만 정부다. 대만 정부는 핵심 LCD산업의 몰락을 방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인 금융 위기 속에서 대대적인 지원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이제혁 디스플레이뱅크연구원은 “대만 정부의 지원책이 없다면, 대만 패널업체 가운데 내년 상반기에 문 닫는 곳은 나오지 않더라도, 최소한 시장 경쟁에서 크게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삼성·LG 빅2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모습으로 판도가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안석현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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