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와인에 관련된 재미나는 영화가 개봉돼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와인 미라클’이라는 미국영화인데 1976년 미국과 프랑스 와인의 블라인드 테스트로 화제를 모았던 이른바 ‘파리의 심판’이 줄기를 이루는 영화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와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몇 편 들어 온 적은 있었다. ‘사이드 웨이즈’와 ‘어느 멋진 순간’ 등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세 편의 영화는 각각의 주제가 있었지만 공통점 중 하나는 와인을 인생에 비유하면서 경외의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다.
와인 미라클의 본래 타이틀은 ‘보틀 쇼크(Bottle Shock)’다.이는 와인을 병에 담거나 운반할 때 부주의로 향이나 맛이 변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대로 돌아오는 일시적인 현상을 말한다. 영화제목에서 느껴지듯 1970년 당시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양조 기술은 열악했다. 이 영화에서 샤토 몬텔리나를 운영하는 짐과 보 부자는 장인정신으로 완벽한 샤르도네를 양조해 와인 시음회에서 프랑스의 고급 화이트 와인인 메르소를 꺾고 당당히 1등에 선정되는 과정을 멋있게 연출했다.
보틀 쇼크는 미국인 특유의 꿈과 도전 그리고 사랑과 열정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영화다. 특히 저녁 무렵의 일몰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영상미가 환상적이었으며 석양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는 장면은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당시 1등으로 선정된 샤토 몬텔리나의 샤도르네는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영구 보존돼 있다.
비단 화이트 와인뿐만이 아니다. 당시 레드 와인에서도 미국의 신생 와인인 스태그 리프(Stag’s Leaf Wine cellar)가 프랑스의 특등급 와인인 무통 로칠드를 누르고 1등이 됐다.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충격을 줄 만한 사건이었다. 특히 스태그 리프 와인은 30년 후인 제2의 파리의 심판 대결에서도 2등을 차지해 명실상부한 미국의 대표 와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와인의 도전정신은 대단하다. 이른바 컬트와인(Cult wine)이라 불리는, 매우 고급스럽고 희소성을 강조하는 와인을 전 세계에 알리며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구덕모 와인&프렌즈 사장 www.wineandfriend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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