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개발자, 전문기업 등돌린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SW기업 인력 충원율

 소프트웨어(SW) 개발자들이 SW 전문기업을 떠나고 있다. 처우가 좋지 않은데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처의 IT관리자로, 프리랜서로, 심지어는 해외로, 개발자들은 전문기업을 등지고 떠나는 길을 선택했다.

 보안 SW 전문기업 A사는 최근 서비스 팀 13명 중 5명이 한꺼번에 NHN으로 자리를 옮겼다. SW 전문기업 B사는 고객사인 SK에 파견나갔던 직원들이 고객사 IT관리자로 취직됐다며 갑자기 사직서를 냈다. B사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해당 제품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올해에도 30% 성장을 기대하는 ‘잘나간다’는 기업임에도 그렇다.

 개발보다는 IT관리가 낫다는 생각에 수요처의 관리자로 입사하기도 하고, 인터넷 포털과 같은 서비스 기업에 지원하기도 한다. 경력 사원을 지속적으로 충원해온 NHN은 ‘개발자 블랙홀’이라고 불릴 정도다.

 A사의 영업이사는 “SW 전문기업과 인터넷포털기업은 월급과 복지혜택부터 차이가 나니 붙잡기도 힘들었다”며 “영업본부장 모임에 나가서 늘 듣던 이야기가 우리 회사에서도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예 한국을 떠나는 꿈을 꾸는 이들도 있다. 일본 기술자 취업은 시들해졌지만 ‘영주권’을 얻을 수 있는 호주의 기술이민을 향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했다. 본인은 물론이고 배우자와 자녀 학비가 저렴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영주권의 매력 때문이다. 환율 상승과 호주 경기 침체 등으로 대행업체는 줄어드는데도, 오히려 대행업체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 준비해 비용을 줄이겠다는 사람이 늘었다. 다음 카페에는 ‘호주독립기술이민’ ‘웰컴투시드니’ 등 IT 관련 기술이민을 다루는 카페가 8개며, 회원 수가 적게는 9명에서 8000여명에 이른다.

 김은희씨(30·가명)는 “당장은 호주 기술이민 자체도 힘들겠지만 언제든 경기는 좋아질 것이고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대행업체를 거치지 않으면 300만∼50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해서 회사 몰래 영어 시험도 준비하고 저축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기업을 떠나 프리랜서를 선언하는 개발자도 급증했다. 공식적인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12만5000여명의 개발자 중 50%에 가까운 수가 프리랜서일 것으로 추정했다.

 SW커리어 전문 포털을 운영하는 홍영준 데브피아 사장은 “근래 들어 프리랜서가 배가됐다는 것을 느낀다”며 “프리랜서 비중이 50%가량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기업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개발자들이 첫 번째로 드는 이유는 바로 ‘차별’이다. 늘 ‘을’의 위치에 있다 보니 같은 일을 하면서도 월급이 적은 것은 물론이고 이유 없이 눈치 보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털어놨다.

 최근 SW전문기업을 떠나 중견 물류기업의 IT관리자로 입사한 최모씨(29)는 “‘갑’이 되고 싶었다”며 “다른회사 사무실에서 얹혀 살듯이 일하면서 월급도 적게 받으니 정말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전문성을 기를 수 없어 미래를 보장하기 힘들다는 것도 개발자를 내모는 요인 중 하나다. 하도급·재하도급·재재하도급으로 이어지는 구조까지 더해 SW산업은 기술보다는 ‘인건비 장사’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잇따른 이직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무리한 파견 업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격지 개발 주장도 나오고 있다. 파견이 불가피한 때에는 다른 방안을 활용해 SW개발자들의 소속감을 키워줘야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우리 사주 등의 제도로 주인의식을 키우고 있다.

 신승훈 인에이지 사장은 “파견업무를 하지 않았더니 이직률이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줄었다”며 “회사가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개발자의 수준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개발자들의 박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SW 노임대가부터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백승호 세리정보기술 사장은 “정부가 정한 노임대가가 있지만 발주자들은 발주 때부터 20∼30% 깎고 계산하는 것이 관행인데다 여기에 경쟁이 붙으면 또 20∼30%가 깎인다”며 “노임대가부터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