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리적인 인터넷 규제 모델 확립을 위해서는 정파를 초월해 국회 내 인터넷정책특별위원회와 같은 연구 및 공론화 기구가 필요하며 정부 규제에 앞서 인터넷 주체인 네티즌·사업자·정부 간 역할정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민간 자율규제 정착을 위해 인터넷상 부작용의 유형, 내용, 수준 등을 평가, 단계별로 적용할 규제를 사전에 알리는 ‘규제 예보제’가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전자신문과 민주당 이종걸 의원실이 공동으로 1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신인터넷 규제 토론회’에서는 합리적인 인터넷 규제를 위한 풍부한 대안이 쏟아졌다.<편집자주>
‘1%를 위한 규제는 안 된다. 99%를 생각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신인터넷규제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자신문사와 민주당 이종걸 의원실 공동 주최로 열린 이 토론회는 합리적 인터넷 규제를 위한 발전적 해법이 다양하게 제기됐다. 이 토론회는 지난 7월부터 전자신문이 진행해온 ‘신인터넷 기획’의 일환으로 이종걸 의원의 사회로, 안정민 한림대학교 법대 교수,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이재교 인하대 법대 교수, 이택 전자신문 논설실장, 한창민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 전영만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정책 과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는 업계와 학계뿐만 아니라 인터넷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광위) 위원장을 비롯해 김을동·장세환·천정배의원(가나다순) 등 각계 책임 있는 관계자가 대거 참석해 합리적인 인터넷 규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 규제 공론화 기구 필요성 제기=합리적 규제를 위해서는 규제 이슈와 정책을 연구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론화 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헌영 광운대 교수는 발제문에서 “새로운 인터넷 규범을 만들기 위해선 국회 내 인터넷정책특별위원회(가칭)를 연구위원회 형식으로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별위원회는 산업계, 이용자 등 인터넷과 관련된 모든 주체가 참여해 인터넷에 대한 새로운 공론화 작업을 벌이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주목받았다. 권 교수는 “그간 인터넷 논쟁은 여야 정파 간 정치적인 성격을 띠면서 인터넷 자체에 관한 논의로 발전하지 못했다”며 “이제 인터넷을 ‘니편이냐, 내편이냐’ 관점이 아닌 세밀한 조사와 분석을 거쳐 속성을 파악하고 과학적으로 적합한 규제를 시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종걸 의원도 “촛불집회에서 볼 수 있듯 인터넷의 영향력이 날로 늘고 있다”며 “인터넷에 대한 범정부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공론의 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창민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 역시 “이제는 정부와 민간의 협치(協治) 모델이 나와야 할 때”라며 “업계도 협회 차원에서 한국형 자율규제의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다양한 합리적 대안 쏟아져=미래지향적 규제에 필요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이상직 태평양 변호사는 자율규제 분위기 확립을 위해 규제 예보제와 인터넷 피해 상황 평가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인터넷 규제의 한계 및 대안’에 관한 토론에서 “과잉 금지 원칙에 따라 순차적으로 수위를 높여가는 규제 절차 마련이 시급하며 이를 체계화한 ‘규제 예보제’를 검토할 수 있다”며 “또 정부가 평가 시스템을 제공해 공인된 민간사업자가 이를 수행하는 인터넷 피해 상황 평가제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민 한림대 법대 교수는 “미국은 최근 블로그 보험이라는 것이 새로 생겼는데 미디어법 코스를 이수하면 보험료를 인하해주는 등 인터넷 활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면서 교육 효과를 높이는 방안이 민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의 역할은 일방적인 규제가 이니라 법을 알리고 부작용을 예방하는 정책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 전자신문 논설실장은 “규제는 필요하지만 사이버모욕죄와 같은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법안이 마련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는 처벌에 앞서 10∼20대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 교육을 적극 시행하고 사업자는 비방과 욕설 등 문제가 되는 내용을 제대로 거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자율규제에 대한 고민 필요=민간 자율 규제를 둘러싼 논쟁도 벌어졌다. 이재교 인하대 법대 교수는 “자율 규제가 좋지만 그것이 현실에 맞는지, 제대로 잘됐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지난 10년간 자율 규제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에 정부 규제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익명성이 가져온 폐해가 심각한만큼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는 불가피하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보다는 인터넷상의 부작용을 걸러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창민 국장은 “과거에는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업계가 욕설, 비방, 명예훼손이 사라지기 바라고 있다”며 “전 국민이 스스로 모니터링 요원이 되는 것이 자율 규제의 최선인만큼 이용자 교육과 합리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인터넷 정책을 관장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전영만 인터넷정책과장은 “민간 자율규제가 정착된다면 법안 위주의 규제는 점진적으로 없어질 것”이라며 “인터넷은 규제만큼이나 진흥이 필요한만큼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 개발이나 인터넷 윤리교육 강화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 네티즌 역할론 부상=그동안 규제 대상으로만 인식돼온 네티즌 역할론이 급부상했다. 참석자들은 네티즌이 규제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규제를 할 수 있는 주체로서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권헌영 교수는 “네티즌은 그간 규제 논의에서 배제돼왔으나 이제는 규제의 파트너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며 “책임성과 주체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직 변호사도 “이제는 이용자도 정부 규제를 통한 보호가 아니라 스스로에 의한 보호가 요구된다”며 “자율적 권리실현을 위한 피해구제 시스템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택 논설실장은 “규제를 해야겠지만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정부가 나서 하는 자정 노력이나 시민 캠패인 등 교육을 통한 네티즌 업그레이드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정민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산발적 규제는 지양해야 하며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규제 원칙이 정립돼 있지 않으면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이 원칙은 이용자 중심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